부치지 못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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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평양으로 향하는 한스

부치지 못한 편지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2




자유조선방송 앞으로 소포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소포 안에는 낡은 편지 묶음과 록음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편지의 주인공은 독일인 의사 한스로, 1999년부터 2000 년까지 북조선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공화국 친선 메달’까지 받았지만, 북조선 인민들의 실상을 외부 세계에 알렸다는 리유로 추방당하고 말았습니다. 한스가 북조선에서 겪은 일들을 기록한 편지를 공개합니다.



첫 번째 편지-평양으로 향하는 한스, 1999년 3월20일



사랑하는 친구 샘에게. 잘 있었나 샘? 가족들도 잘 있겠지? 난 드디어 북조선에 왔네. 매일 신문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곳에 오게 되다니……. 난 지금 매우 흥분되어 있다네.



10여 년 전 아프리카에서 자네와 처음으로 의료봉사를 하던 때가 생각나는군. 1년 반 동안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곳에서의 생활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을 가져다주었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가르쳐준 리정표를 찾았다고 해야 할까? 아직도 난, 내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던 아프리카 사람들의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네. 그래서 십 년이 지난 지금, 북조선이라는 곳에 와 있는 거겠지.



이곳에 얼마나 있게 될지 아직은 확실하지 않네. 하지만 북조선에서도 아프리카에서 보았던 눈망울들을 마주칠 것 같네. 지금 단 하나의 소망이 있다면 내가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는 것이네.



북조선의 의료현실이 열악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상황을 전혀 모르겠네. 하지만 평양의 첫인상을 보면 ‘300만 명이 굶어죽은 나라’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다네. 각양각색의 고급 호텔들과 깃발로 장식된 거리들, 시원하게 뚫린 6차선 도로들, 그리고 이곳저곳에 보이는 백화점들, 평양시내의 풍경은 정말 그럴 듯 해. 60년대에는 아세아에서도 잘 사는 나라에 속했다고 하더니, 정말이더군.



샘, 혹시 아프리카를 상상했다면 생각을 바꾸는 게 좋을 거야. 이런 곳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니까. 그래서 처음엔 ‘정말 구호활동이 필요한 곳일까?’ 라는 의심도 들었네. 하지만 홍수 때문에 큰 재난이 닥친 곳이고, 내가 알지 못한 어떤 사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 또 내 작은 노력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이내 의심을 털어버렸다네.



하지만 마냥 희망적이지만은 않더군. 중국에서 북조선으로 오는 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었네.





직원1 : (혼잣말) 이 새끼, 돈도 안 고이고 이 짐을 나르라고 하는 거야. 보아 하니 조선려행은 처음인 것 갔구만. 큼, 한스 선생. 무슨 짐들이 죄다 취급주의라고 써져 있습니까?



한스 : 의료장비라 그렇습니다. 조심해서 다뤄 주십시오.



직원1 : 아니 이거 뭐… 취급주의라고 써 놓기만 하면 알아서 주의하란 얘기입니까?



한스 : 무슨 말씀이신지......



직원1 : 짐 나르는 사람이 여러 명인 것도 아니고, 달랑 저 하나 뿐인데… 좀 생각해 주시면 좋죠.



한스 : 아 예... 제가 미처 몰랐군요. 가진 게 딸라 뿐인데.. 괜찮겠습니까?



직원1 : 딸라가 최고죠. 헤헤헤. 고맙습니다. 한스 선생. 짐 걱정은 하지 마시고 얼른 비행기에 오르십시오.



세계 여러 나라를 가 보았지만, 인도주의 원조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돈을 요구하는 건 처음이었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식량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겐 딸라 한 푼이 아쉽겠다는 련민도 생기더군.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네.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으면 아마 자네도 몹시 화가 났을 거야.



리부장 : 이번 중국 출장일은 잘 풀리셨습니까? 4월에 있을 추모 행사 때문에 무역성에서도 준비할 일이 많았을 텐데요.



김부장 : 그렇죠 뭐… 행사에 쓸 물품이라고 해서 중국에서 더 싸게 주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뭐 돈이면 다 해결되죠… 그나저나 이거야 참, 출장 나갈 때 마다 식구들 선물 챙기는 것도 큰일이란 말이야. 안 챙겨주면 서운해 할테고..



리부장 : 그래, 김 부장님은 이번엔 무엇을 좀 사셨습니까?



김부장 : 리 부장도 알다시피 면세점 물건이 다 거기서 거기지요. 마누라가 하도 명품가방 타령을 하길래 샤넬가방을 하나 샀소. 녀자들이란 가방 하나만 가져도 어깨가 들썩이니 어찌 보면 참 단순하지요. 허허허



리부장 : 맞아요. 맞아요. 어찌됐든 김 부장님 안해가 좋아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가방은 얼마나 합니까?



김부장 : 그나마 면세점이라 좀 싸더군요. 한 2000딸라 줬습니다.



리부장 : 다음번엔 저도 하나 사가야겠습니다.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발렌타인 양주만 샀으니, 집에 가면 한 소리 듣겠군. 허허.





어느 나라에나 특권층을 있다고 위안을 삼아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마음이 가라앉질 않더군. 국제원조를 받아야 할 만큼 가난한 나라의 간부들이, 수천 딸라나 하는 사치품들을 량손에 가득 쥔 모습을 상상해 보게나. 북조선에 첫발을 디디기도 전에 마주친 풍경 앞에서 내 감정이 어땠을지 상상이 갈 것이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나? 그리고 이 땅에 내가 온 것은 특권층이 아니라 그들이 방치하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 아닌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네.



샘, 이제 드디어 본격적인 북조선 생활이 시작되었네. 나를 담당하는 안내원도 배정 받았다네. 많은 얘기는 못했지만, 독일어를 꽤 잘 하더군, 예전 동부 독일의 영향이겠지. 이 사람을 통해 조선말을 좀 배울까 하네. 통역을 통해서 환자를 치료하기가 힘들다는 건 자네나 나나 잘 알고 있지 않나?



병원에서 근무하기 전에 먼저 평양의 주요 사적지를 견학한다고 하네. 나야 하루빨리 병원을 둘러보고 싶은데, 북조선에서 공식적으로 준비한 견학이라고 해서, 예의상 거절할 수 없었다네.



내가 갖고 온 의약품으로 사람들을 도울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떠서 잠이 오질 않는군. 그럼, 건강 조심하고,,, 다음에 또 편지 하겠네.



첫 번째 편지 - 평양으로 향하는 한스, 출연, 윤성호, 장성무 극본 현월, 설화 정수련, 연출 리유정, 제작의 남유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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