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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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조선의 특권층

부치지 못한 편지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2




잘 지냈나 샘?



이제껏 자네한테 쓴 편지 중에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펜을 드는 것 같네. 며칠 뒤면 내가 직접 중국 단동에 가서 의약품을 가져 올 수 있게 됐네.



어찌 된 일인지 자네도 궁금하겠지. 일이 이렇게 잘 풀린 것은 우연한 사건 때문이네.



김복식 : 한스 선생, 한스 선생



한스 : 누구십니까?



김복식 : 접니다. 김복식입니다.



한스 :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십니가?



김복식 : 지금 저랑 같이 좀 가셔야겠습니다.



한스 : 어디로 말입니까? 무슨 일인데요?



김복식 :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급한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는데, 한스 선생이 좀 봐주셨으면 합니다. 빨리 준비 하십시오. 가면서 얘기 합시다.



한스 : 아.. 알겠습니다.



한스 : 사고를 당한 환자입니까?



김복식 :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부장이라고 중앙당에 있는 사람인데요, 그 안해가 오늘 새벽부터 열이 펄펄 끓고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조선 의사들이 보기엔 맹장염 같다고 하더군요.



한스 : 그래요? 그런데 왜 수술을 하지 않았답니까?



김복식 : 김부장도 그렇고 그 안해도, 글쎄 한사코 한스 선생한테 수술을 받고 싶답니다. 선진국에서 온 외과의사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김부장 : 아이고.. 한스 선생님, 우리 집사람이 다 죽게 생겼습니다.



한스 : 환자 상태를 좀 봐야겠는데요.



김부장 : 그럼요, 그럼요, 이 쪽입니다.



검사를 해보니 역시 맹장염이더군.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수술에 들어가자고 했네. 그런데 병원시설이 놀랍더군. 입원실은 물론이고 수술실까지 완벽하게 꾸려져 있었네. 의약품들도 미국이나 유럽 제품밖에 없더군. 수술을 하면서도 ‘과연 이곳이 북조선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네. 마치 독일의 큰 병원에서 수술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네. 아무튼 오랜만에 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 수술을 하니 정말 신이나더군. 수술도 심각한 것이 아니어서 무리 없이 끝냈다네.



정신없이 수술을 마치고나니, 어떤 병원인지 궁금해지더군. 김복식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속 시원히 말해 줄 것 같지도 않아서 그만 뒀다네. 병원을 한 바퀴 둘러보니, 대충 짐작이 가더군. 사람들의 옷차림하며 주변에 주차되여 있는 차들을 보니 어떤 병원인지 알 것 같더군. 차들은 거의 벤즈 승용차였는데, 아무나 승용차를 리용할 수 없다고 하니 자네도 이곳이 어떤 병원인지 짐작이 가겠지.



그렇게 수술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김부장이라는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다네.



한스 : 여보세요?



김부장 : 한스 선생, 김부장입니다.



한스 : 아, 네. 김부장님 안녕하십니까? 사모님은 괜찮으십니까?



김부장 : 네. 괜찮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집사람 목숨을 살렸습니다.



한스 : 아휴 과찬이십니다. 그리 복잡한 수술도 아니었는데요, 뭐.



김부장 : 아닙니다. 아닙니다. 독일에서 공부를 하신 분이라 그런지 정말 유능하십니다. 독일의 좋은 대학에서 박사까지 마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훌륭하신 분이 우리나라까지 오셔서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한스 : 아닙니다. 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김부장 : 아이고….겸손하기까지 하시네요. 활동하시는데 뭐 불편한 건 없습니까? 제가 은혜를 입었는데 한스 선생을 꼭 도와 드리고 싶습니다. (자신 있게)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이래뵈도 도와드릴 능력은 좀 있습니다. 허허허



한스 : 그렇다면.... 이런 말씀 드려도 되겠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중국 단동으로 의약품이 도착하기로 되어있는데, 가능하다면 제가 직접 가서 의약품들을 조선으로 들여오고 싶습니다.



김부장 :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진작에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걱정마십시오. 제가 상황을 알아보고 당장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한스 : 아,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부장 : 하하하. 그러면 이제 우리 서로 빚이 없는 겁니다. 그나저나 우리 집사람이 이번 주말에 한스선생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는데, 어떻습니까? 오실 수 있겠습니까?



한스 : 조선에 와서 초대받아 보기는 처음이군요. 감사합니다. 꼭 가겠습니다.



김부장 : 그럼 주말에 뵙도록 하죠.



한스 : 예, 주말에 뵙겠습니다.



주말이 되니 정말 김부장이 차를 보내 왔네. 평양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광복거리라 불리는 곳인데 경비가 검문검색도 하더군. 아빠트도 화려하고, 고급식당에 옷 가게, 체육시설 같은 것도 줄지어 서 있어서 마치 딴 세상 같았네.



순간 씁쓸해지더군. 조선 사람들이 다 못사는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부 사람들만 호의호식을 누린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네. 더구나 지금은 류례없는 자연재해 때문에 외부원조를 받는 때가 아닌가. 내가 병원에서 만나본 일반 주민들은 의약품이 없어 병원에 왔다가도 그냥 돌아서는 판인데, 한편에서는 이렇게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다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네.



어쨌든 저녁식사는 꽤 유쾌했다네. 부인은 매우 지적인 중년 녀성이었네. 음식도 나를 고려해서인지 서양 요리라며 스테이크를 준비했더군. 맛있는 저녁 식사와 오랜만의 유쾌한 대화로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네.



씁쓸했던 기억은 굳이 떠올리지 않을 생각이네. 나는 또 내 일을 해야 하니 김부장의 도움을 고맙게 받을 생각이야. 그럼 다음에도 기분 좋은 소식을 가지고 만날 수 있도록 기원해 주게나. 건강하게.



1999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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