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일남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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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부 리일남의 망명, 첫 번째

리일남 수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3




남조선 대표부에 들어가자 응접실 같은 곳으로 안내됐다. “아! 저 사람이 남조선 대통령이지?” 벽에 전두환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대통령 취임식을 평양에서 남조선 텔레비죤으로 보았기 때문에 나는 전두환 대통령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직원2 : 선생님 이쪽입니다.



리일남 : 아. 예. 아이구 내가 잘하는 짓인지 못하는 짓인지 모르겠구나. 그리구 그냥 전화로만 얘기해도 될 텐데 왜 남조선 대표부까지 따라 왔을까? 지금이라도 나가버릴까?



막상 남조선 대표부에 들어오니 걱정이 됐다. ‘가만히 있으면 김정일왕족으로 편안하게 살 텐데, 이거 잘못한 것 아닌가’하는 후회도 들고, 공화국에서 배운 무시무시한 남조선 안기부도 생각났다. 제일 후회되는 게 남조선 대표부까지 따라 들어온 것이었다. 그냥 전화로만 얘기하든지, 아니면 길에서 얘기하고 말았어야 하는데, 괜히 따라왔다 하는 후회가 가슴을 쳤다. 짧은 시간에 참 많은 것을 생각한 것 같다.



차 대접을 받고 있는데, 한 사람이 황급히 들어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가 나의 미국행 결심을 서울행으로 바꿔놓은 안기부 파견 황 참사였다. 그는 외출했다가 급히 련락받고 온 것 같았다.



황참사 : 미국에 가시려면 신분을 정확히 밝히셔야 합니다.



리일남 : 자세한 얘기는 묻지 말아주십시오. 그냥 공화국의 고위층과 관계가 있는 사람으로만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황참사 : 그럼, 이름이라도 알려주십시오.



리일남 : 김영철이라고 합니다.



나는 외교관 려권에 나와 있는 가명을 댔다. 그 가명은 안기부의 남산 지하실에서 본명을 밝힐 때까지 사용했다. 미국에 가겠다고 하지만 일종의 망명자인데, 빨리 나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게 더 급한 일이었을 것이다.



해설 : 당시 남조선 대표부는 리일남이 특수한 신분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제네바에 거주하면서 어학연수를 받고 있다는 점과 려권을 세 개나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보통 인물은 아니라고 짐작했을 것이다.



나는 남조선 대표부 사람들에게 전화를 쓰게 해달라고 제기했다. ‘지금 학원에 도착할 시간인데 도착하지 않으면 우리 선생이 집에 전화를 건다. 그러니 일단 선생님을 안심시켜야 한다’며 전화를 이용했다. 선생에게 서툰 영어로 오늘을 아파서 못 가겠다고 말했다.



선생에게 전화하고 보니 여기서 빈둥거리다가 공화국에서 내 행방을 알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났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기왕 엎질러진 물, 일단은 빨리 제네바를 빠져나가는 게 급한 일 같았다.



황참사 : 영철 선생,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무슨 불편한 거라도 있습니까?



리일남 : 내가 없어지면 난리가 날 것입니다. 빨리 제네바를 빠져나갑시다.



황참사 : 안 그래도, 저희도 걱정이 됐는데, 영철 선생 말대로 하는게 좋겠습니다. 그럼 공항으로 이동하시지요.



리일남 : 공항은 위험합니다. 육로로 빠져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공항은 위험했다. 공항에서 북조선 대사관 직원들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었다. 더욱이 당시 조선의 제네바 유엔대표부 진충국 대표는 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진 대표는 모스끄바를 통과할 때 몇 번 이모에게 인사 왔던 사람이었다.



대표부에는 두 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평소 같으면 아주 짧았을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내가 조선 보위부원들에게 붙잡혀 꽁꽁 묶여 평양에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남조선에서 나 하나 보호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도 드는 등 당시는 내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남조선 제네바 대표부 대사라는 사람과도 인사했다. 이름을 얘기했지만 기억에 없다. 키가 작고 마른 사람이었다. 대사는 “김선생!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릅니다. 잘 선택하셨습니다.”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그 말을 최근 남조선 언론에 얘기했는데, 일부 언론이 그 말을 확대 해석하여, 내가 제네바 대표부에서 남조선 망명을 얘기했다고 보도했다. 그것은 틀린 이야기다. 그때도 미국으로 가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처음 남조선 대사관에 전화할 때 미국 려행 방법을 물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미국에 가봐서 좋으면 안 와야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대표부 안에서는 얘기가 좀 진전돼 미국으로 망명하고 싶다는 얘기까지 했다.



남조선 대표부에 있을 때 내 주위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남조선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주려고 노력했다. 여러 사람들이 남조선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미국은 언어도 통하지 않고 남조선에 가면 얼마든지 미국에 갈 수 있는데, 왜 처음부터 미국에 가서 고생하려고 하느냐’ 하는 식으로 나에게 남조선행을 권하는 것이었다.



당시 그 사람들의 얘기는 내가 서울에 와서 생활하면서 보니 거의 맞는 얘기였다. 다만 남조선에 가면 미국에 갈 수 있고, 또 미국에 보내주겠다는 말은 아직까지 실행이 안 되고 있다. 나는 서울 도착 직후부터 지금까지 ‘출국정지자’이기 때문이다.



해설 : 리일남은 특수보호 대상자였다. 리일남이 언론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로출시킬 때까지 14년간 드러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테로의 위협 때문에 성형수술까지 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남조선 당국은 리일남이 외국에 나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리일남이 ‘출국정지’를 풀어달라고 여러차례 요청했지만 끝내 풀리지 않았다.



어쨌든 제네바를 빠져나가야 했다. 나는 소지하고 있던 북조선 려권 세 개를 주면서 “이 려권으로는 빠져나가는 데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런 문제는 자기들이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후 내 려권은 남조선 사람이 보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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