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화 가짜 오빠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12-18 17:52

 

요즘은 왜 이리 피곤한지, 기차 한쪽 모통이에 기대고 서서 거불거불 졸았다. 기차가 다음 역에 정차하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와 금새 차안이 가득찼다. 졸린 눈을 살짝 치켜뜨는 순간 시선이 굳어졌다. 하마터면 오빠! 하고 소리칠뻔 했다. 일년 전 지하철에서 한번 본 이후론 전혀 나타나지 않던 북한의 옆집 오빠와 닮은 사람! 오늘 드뎌 나타난 것이다.

그동안 어디 출장 가셨댔나? 마치 정말로 진짜 오빠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고, 궁금했다. 넋을 잃은 사람처럼 그의 얼굴이며 옷매무시, 행동거지 하나하나 놓칠세라 뚫어져라 살펴보았다. 다시 한번 찬찬히 보니 눈매며, 코, 입술 두툼한 것까지 어쩜 이렇게 닮을 수 있을가 싶다. 정말 똑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사람은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다.

졸음도 다 달아났겠다, 좁은 사람들속을 비집고 슬그머니 그의 옆으로 다가가 섰다.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다. 눈을 감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마음이 안정되고 차분해졌다. 그 다음은 즐거운 기분이 느껴졌다. 가짜긴 하지만 “오빠”곁에 서 있다는게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맨날 나만 보면 “떳다 바지”라고 놀려주던 오빠, 지금은 어떻게나 지내고 있는지, 보고 싶어진다.

그를 넌지시 의식하며 드라마를 보며 웃는 그를 따라 나도 같이 시물시물 웃고, 그가 목돌리기를 하면 나도 같이 하고 싶었지만 그건 꾹 참았다.

어느 새 왔는지도 모르게 기차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마자 “오빠”가 뛰기 시작했다. 나도 그 뒤를 바싹 따라 뛰었다. 같이 뛰는 기분도 이루 말 할수가 없다.

정임 : (속으로) 근데 왜 뛰지? 아, 맞다, 요즘 철도노조 파업으로 기차운행이 제대로 안된다고 했지,

시계를 보니 정말로 평소보다 늦은 시간이었다. 그 사이 “오빠”는 차를 바꿔타기 위해 다음 로선 홈에 들어가 줄을 섰고, 나도 그의 뒤에 자동적으로 가 섰다.

헉~ 그제야 뭔가 눈치를 챈듯 그 사람이 뒤를 홱 돌아서며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대도 난 쫄지 않고 오히려 턱 쳐들고 당당하게 두 눈 크게 뜨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순간 그는 흠칫 하더니 시선을 어디 둘데 없어 어색하게 딴 전을 피우며 돌아서고 만다.

정임 : (속으로) 흐흠... 내가 뭐 어쨌는데요?! 암튼 고맙습니다. 덕분에 잠간이라도 즐거웠어요.

속으로 그에게 인사말을 건네고나니, 참으로 싱겁고 씁쓸한 기분이 든다. 아침부터 고향생각도 나고, 게다가 기차는 왜 아직도 오지 않는지,

정임 : 철도는 왜 하필 이런 날 파업을 하고 난리래? 오우~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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