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화 유원이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10-21 17:55

 

계단으로 올라오다 날 알아본 유원이가 반갑다고 손을 흔든다. 볼수록 재미나는 친구다.

유원이를 처음 만났을 땐 당황하기도 했고, 너무 신기해서 눈을 떼지 못했었다. 길거리에서 가끔 머리를 이상하게 한다든지, 일반인과 툭 튀는 타입의 예술인들을 본 적은 있지만 정작 이렇게 가깝게 알게 된 경우는 처음이라 마치 외계인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왠지 유원이의 스타일이 멋지게 다가왔고, 겉모습과는 달리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유원이가 어찌보면 자유의 영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뒤 꼬리가 축 처진 빨간 모자에 알이 없는 새까만 안경은 얼굴 절반을 차지한다. 그 가짜 안경테 안으로 살짝 처진 눈꼬리가 더 매력적이다. 팔소매를 두 어번 걷어올리고 입은 겉옷은 입은게 아니고 항상 걸어놓은 듯하고, 알룩알룩한 무늬가 있는 바지는 뭔가 홀가분하고 자유분망한 느낌? 머리도 아무렇게나 뒤로 쫑졌는데, 그게 그렇게 멋져 보이기는 처음이다.

정임 : (입속으로)이게 내 눈이 이상해졌나?

유원 : 언니, 잘 지냈어요?

다소 거칠어 보이는 겉모습과는 영 딴판인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유원이의 어리광을 안 받아줄 이 누가 있을까,~

한창 서로 웃고 떠들며 수다를 떨던 유원이, 문득 며칠 전 자기 생일에 남자친구가 준 기프트카드로 지갑을 샀다며 자랑을 했다.

정임 : 기프트카드가 뭐야? 여긴 뭔 카드가 이렇게 많아? 신용카드, 체크카드, 적립카드, 어휴... 외우지두 못하겠다.

그랬더니 유원이 웃기 시작했다. 한번 터지면 그칠줄 모르는 유원이의 웃음주머니, 두툼한 입술에 흰 이를 드러내고 눈꼬리 촉 내리고 어깨를 움츠러뜨리고 웃어대는 모습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그래도 유원이 가까스로 웃음을 참고 기프트카드란 돈을 대신해서 발급되는 카드라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대충 뭔소린지도 모르겠지만 됐고,~ 유원이의 귀엽고 재미지게 웃는 모습 한번 더 보고 싶어 대뜸, ‘히든카드란 것도 있더라~?’ 하고 능청스레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또 터졌다. 이번엔 입을 크게 벌리고 눈도 안보이게 웃어대는 모습이 더 웃겼다. 마치 애교떠는 귀여운 강아지 같았다. 한참을 서로 배꼽쥐고 웃고 떠들다보니 문득 나한테도 이런 취미가 있고 정서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놀라웠다.

북한이라면 자본주의 날라리라고 바로 단련대에 끌려가 처벌을 받았을, 그래서 얼마 전까지도 이상하고 부담스러웠던 유원이의 모습, 하지만 만나보니 다 똑 같은 사람들이었다.

겉으론 거칠고 망나니 같아보여도 그것이 꼭 불건전함의 표현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세상에 둘도 없는 자신만의 개성이었다.

한마디 말붙이기도 어려웠던 유원이, 인젠 정말 친근하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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