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개혁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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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북중 무역에서 북한 주민들이 강자가 되는 그 날

북한개혁 어떻게 할까요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7-12-19 17:02


북한개혁 어떻게 할까요 - 5회

지난날 북한에서 장마당 매대판매원으로, 소규모 무역밀수업자로 일하다 지금은 한국에 정착한 박주희씨 모시고 이야기 나눕니다. 

1. 박주희씨 안녕하세요? 북한에 계실 때 어떤일을 하셨는지 청취자여러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북한에 있을 때 못해 본 일이 없는 거 같아요. (주부로 있으면서) 국가가 지정한 직종이 없다 보니 시장에서 장사도 하고 제가 또 압록강 주변에서 살다 보니 중국 인민들하고 밀수도 하고요.

_ 고향이 어디십니까?

백두산하고 가까운 양강도 혜산시가 고향입니다.

_ 역시나... 제가 앞서 소개해드렸습니다만, 소규모 무역밀수업자라고 해서 퍼뜩 생각나는게 혜산이었습니다. 시장 매대 판매원, 북한에선 ‘매탁’이라고 하죠. 이 일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시장 장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거 같아요. 그 전에는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이 나가 벌고 했는데, 남편이 없게 되고서 제가 생업을 책임지게 되었고, 그게 2000년대 중반부터였어요. 장사라는게 시장 매장에만 계속 나가 있는게 아니고 밀수업하고 동업을 했죠. 왜냐하면 밀수라는게 고정직업이 아니에요. 국경에 북한10대원칙 검열그루빠, 중앙당 그루빠들이 검열 들어오니까 그 검열이 있는 시기에는 밀수를 못하잖아요. 그럼 그 시기에는 시장에 나가 있는거죠. 집중 단속 시기에는 시장에 앉아 있다가 압록강이나 두만강 검열이 조금 완화가 되면 다시 밀수업에 종사하고 왔다갔다 했어요.

_ 고정으로 매대에서만 장사한게 아니고 단속이 뜸해지고 압록강이 얼어붙어 밀수할 형편이 되면 밀수업도 하고 그러셨던 거군요.  

지금같은 연말이면 한달 전부터 특별경비주간이라고해서 압록강, 두만강 연선에 주민들이 들러붙지도 못하게 해요. 중국사람들하고 연락도 못할 정도로요. 특히 요즘같은 연말에요. 그렇게 2월 16일 전까지는 아예 밀수를 못할 정도에요. 그럼 3~4개월을 밀수를 못하는 건데, 그럼 자식들이 굶어 죽으니 그때에는 시장에 나가는거죠.

2. 그렇다면 밀수일은 본격적으로 언제부터 하신건가요?

밀수는 2005년부터 한거 같아요. 그 전에는 또아리밀수, 그러니까 아주 작은 밀수를 하다 광범하게 시작한거는 2005년 즈음. 북한 밀수에도 순서가 있어요. 밀수를 하나도 못하던 사람이 차판들이(차에 물품을 실어 나르며 하는 밀수)를 바로 할 수는 없는 거에요. 망하거든요. 처음에는 약초, 동, 구리를 몸에 차고 나가서 중국사람들과 무역하면서 그들을 익히는거죠. 그 사람들을 익혀야 계속해서 밀수를 할 수 있는거죠. 그 다음에 조금씩 넓혀가며 대대적으로 하는 거에요. ‘철이아버지’, ‘철이엄마’라고 부르며 어느정도 서로 관계가 되면 중국사람이 제게 휴대폰을 줍니다. 이걸로 연락하자는 거죠. (실명이 아닌 가짜호칭을 쓰는 건) 북한이나 중국이나, 이런 밀무역이 서로 불법이다 보니 공개적인 이름을 말하면 보위부나 감시원에 걸리니까. 저는 그때 중국사람이 오똑이라고 했어요. 오똑이라고 해봐야 누구인지 모르니까. 그렇게 소규모로 시작하다 점점 배짱이 자라서 대규모로 하게 됐고  그게 연줄이 돼 결국 대한민국에까지 오게 됐습니다. 

_ 밀수를 언제까지 하신 건가요?

저는 오기 삼일 전까지 했죠. 한국에 도착한게 2012년 초니까 2011년 12월까지 한거죠.

3. 밀수품목이 다양하죠? 말씀하신 약초나 동, 혜산에서는 동을 ‘퉁’이라고도 하던데. 뽀배지트라든가 귀금속 등, 말하자면 자동보총과 탄알을 제외하고는 몽땅 중국에 넘어갔다고 봐도 된다 하더라고요? 사실은 밀수에 뛰어드는게, 아무리 국경에 산다고 해도 쉽지 않지 않습니까? 중국 사람과 신뢰를 쌓는 문제도 있고 쉬운 일이 아닌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런데 먹고 살기 위해 또 다른 일도 하셨다고요?

그렇죠. 시장(매대)나 밀수나 365일 다 되는게 아니에요. 시장도 이제 유엔에서 대북제재를 하면서는 중국에서 상품이 못들어오고 시장에 나오는 사람들이 없게 됐고요. 특히 요즘 같은 때 북한은 영하30도를 넘어갑니다. 그럼 누가 시장에 나오겠어요? 시장에 나가도 죽벌이도 못할 때가 있죠. 

북한에서 살려면 척척박사가 돼야 해요. 주어진 환경에 순리대로 따라가면 굶어 죽기 십상이죠. 지금처럼 추운 겨울에 시장에 나오는 사람도 없고 상품도 없으면 앉아서 개인수공업을 합니다. 이렇게 추우면 사람들이 제일 먼저 찾는게 동복과 머릿수건이에요. 제가 살던 지방에 양순백화점이라고 중국사람들이 북한에 물품을 들여와 백화점을 차린 곳이에요. 2000년대 초반에 생긴 것인데, 거기에 가게 되면 두꺼운 천을 킬로(kg)로 팔아요. 거기서 천을 사다가 재단을 하고 나일론 레이스를 달아 겨울 수건을 만드는 거죠. 

이게 두꺼울수록 좋아요. 대한민국에서는 스카프라면 목에 걸치지만 북한은 머리에 걸치거든요. 옛날엔 얇은 천으로 하기도 했는데 요즘엔 (날이 추워지니까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두꺼운 실로 된 머릿수건을 찾죠. 저녁에 아들들을 동원해 천에 나일론 레이스를 붙이는데, 400~500개를 하죠. 천에다 구멍을 내 레이스를 붙이는데 손에 구멍날 정도로 했죠. 그걸 시장에 내가서 팔곤 했어요. 

그런데 그 일을 저만하는게 아니죠. 북한 사람들도 머리가 좋다보니 제가 생각하는걸 남도 생각하죠. 물건이 막 쏠려 들어오면 안팔려요. 그렇게 되면, 북한에선 열흘에 한번씩 농촌장이 열려요. ‘대오시천장’, ‘우농장’. 양강 혜산시하고 가까운 곳들이에요. 새벽에 화물자동차 써비를 내고(대차) 농촌장에 가서 (머릿수건을) 농촌가격에 확 팔아버리는 거죠. 그럼 나한테 남았던 재고, 북한에선 민고라고 하는데 그걸 다 내다 파는겁니다. ‘진짜 고민거리’이다 해서 ‘민고’이죠. 농촌은 또 시내에까지 나와서 사기엔 발품이 들지, 밥사먹어야지 하니까 차라리 여기(농촌장)에서 사는게 낫다 싶은거죠. 제가 도시에서 10개를 팔았다하면 농촌시장에서 70개까지 팔았어요. 그렇게 해서 생업을 유지했어요.

_ 그러면 농촌에서 올 때에는 또 농촌 상품을 가져다 도시에서 팔고 그랬겠군요. 농마(녹말)라든가 강아지도요. 제가 들어보니 중국에 북한 개도 많이 넘어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럼요. 제가 개랑 염소 밀수 전문으로 했죠. 그래서 시골에서 강아지를 사기도 했고요.

_ 강아지 한마리 가격이 얼마정도인가요? 북한 시골에서 얼마에 사서 중국에 얼마에 파셨는지?

강아지를 일률적으로 볼 수 없습니다. 일단 머리가 커야하고 발통이 두꺼워야 하고 입이 뭉퉁해야하고 귀가 처져야해요. 중국에서 요구하는게 있는데, 중국에서는 강아지를 키워서 개장국 등 식품으로 해서 팔아요. 강아지귀가 빨쭉하면(쫑긋 서있으면) 예민해서 살이 안찐다하여 안좋아하고,  귀가 축 처져야 좋아하죠. 사람으로 말하면 ‘만만디’에요, 만만디강아지를 사서 중국에 넘기죠. 

2007~2008년에 북한돈으로 만오천원에 사서 중국에 넘길 때 두배 이상의 이익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강아지가 그냥 가는게 아니잖아요. 국경경비대 입에 밀어 넣어줘야지(뇌물 먹여야지) 그 사이에 강아지도 먹여야지. 이런걸 제하고 보니 저한테 두배의 이윤이 남더라고요. 

4. 여러 장사를 해보셨네요. 이일 저일 마다않고 여러 일을 해보셨는데요. 지금도 이렇게 일하고 계실 인민 여러분들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장사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도 상당히 있었을 거 같은데요?

너무 많았어요. 장사를 할 때 보니 김정은이 집권해서 시장을 확대한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시장을 확대하기만 하면 뭐해요. 핵쏘고 미사일쏘고 하니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들어오던 공업품, 식품이 안들어오고 밀수가 중단되고, 그러니 시장에 앉아 팔 거리가 없는거에요. 시장이 아무리 확대돼도 종이그림자인거에요. 아무 필요가 없는거죠. 이렇게 수입품이 줄어들다보니 중국사람들은 북한 사람들한테서 북한물품을 헐값에 가져가요. 예를들면 금이 국제시장에서 1g에 백원을 한다 치죠. 그런데 중국 사람들이 십원에 달라하면 십원에 줘야해요. 왜냐하면 북한에서 금을 갖고 있어도 못팔면 필요가 없으니까요. 정권의 잘못된 시책으로 인해 시장에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의 장사줄이 다 막히고 북한의 지하자원을 헐값에 파는거에요. 이게 참 안타깝고 원통하죠.

5. 북중 국경에 살면서 중국과 밀무역도 작게 하셨다고요. 밀무역 하면서는 어려운 점이? 

밀무역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북한이 사회주의이기 때문에 모든걸 다 국가가 주관해요. 그런데 실질은 아니죠, 껍데기만 사회주의일 뿐이에요. 북한에서 무역을 하는 사람은 다 개인이에요. 군부대나 합영회사라는 껍데기가 있고, 이런 곳에 뇌물을 줘서 움직일 뿐이지 실제로 움직이는건 다 개인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 껍데기를 다 벗어버리고 개인이 합법적으로 자유롭게 무역 할 수 있게끔 하면 좋겠다 싶어요. 

개인에게 중국에 철광석을 잘 팔아서 이익을 내 그중 얼마만큼을 당국에 내고 장사를 하라하면 북한 돈주들이 엉치밑에 깔아뒀던 돈을 다 꺼낼거에요. 북한 경제가 돌려면 돈이 돌아야 하는데, 돈이 돌게 되면 보위부의 요시찰 대상이 되니 사람들이 다 숨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개인 무역을 합법화해서 자유롭게 하게 하라는 거죠. 북한 사람들 머리가 참 좋아요. 그렇게 해주면 중국사람들과의 무역에서도 손해 안보고 잘할텐데. 개인 무역을 합법화해주면 중국사람들에게도 탕탕 튕기면서 무역하게 될거고 그럼 나라에도 이익이고 개인에게도 좋은거죠.

_ 그렇게 되면 그동안 시장이나 밀수를 통제하면서, 혹은 뒤를 봐주면서 뇌물 받아먹던 공무원들, 단속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한국 경찰은 나라에서 월급 주고 모든걸 보장해주잖아요. 북한도 그렇게 사회체계가 서도록 해야죠. 그러니까 개인 무역을 하게 하고 그 이익금으로 공무원들 생활비를 국가에서 보장해주면, 북한 공무원들이 이런(뇌물 받아먹는) 행위를 안하고도 살 수 있게 될거에요. 

일단은 당국이 돈을 벌어야하는데, 개인이 (북중) 무역을 자유롭게 하도록 합법화 해주면 북한의 전반적 사회 환경이 바로 잡힐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북한 보위원이 불법을 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에요. 나라에서 쌀도 안주고 하니까 그러는거죠. 엊그제 북한 주민들 소식을 들어보니 북한의 경찰(보안원)도 한달에 보름치 배급을 받고 생활비는 기껏해야 몇 만원밖에 못받는다고 해요. 쌀 10kg 정도인데, 그걸로 어떻게 살아요. 그러니까 북한 경찰에게도 한달에 마땅한 월급을 줘야한다는 거죠. 그 월급이 어디서 나오냐. 지금 북한 주민들이 중국과 밀무역하면서 불법적으로 줘야하는 돈 대신 (합법적으로 무역하게 되면) 열배, 백배의 이익을 보며 무역을 하고, 그 이익금을 나라에서 세금으로 걷어가면 되잖아요. 그렇게 하면 모든게 풀릴 수 있을 거에요. 

_ 지금 말씀하신 대로 인민들이 정당하게 무역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중국 대방과의 무역에서도 꼭 약자가 아닐 수 있겠네요?

그렇죠. 물건을 주는 사람이 강자가 돼야죠. 지금 북중 무역에 있어 거꾸로 돼 있어요. 

북한의 질좋은 상품을 제대로 수출하고 또 중국의 값싼 물품을 사다가 팔아서 이익을 내고. 특히 인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물품을 많이 들여다 팔면 인민 생활에도 도움이 되고 또 국가에 세금을 내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고, 그렇게 되면 북한 공무원들에게 월급이 나가게 되고요. 이렇게만 되면 북한에 건전한 사회풍토가 자리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 귀한 말씀해주셨습니다. 북한에서 시장 매대판매원으로, 밀수업자로 일했던 박주희씨를 통해 인민들이 뇌물 없이 장사할 수 있는 개혁방안에 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함께해 주신 박주희씨 감사합니다.   

언젠가 북한 주민들이 불법밀수가 아니라 당당하게 장사할 길이 열린 날을 상상해 봤습니다. 

(상황극)

진행 : 북한에서 장마당 매대판매원으로, 또 소규모 밀무역 업자로 일했던 박주희씨로부터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북중 무역을 하고 장사를 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언젠가 북한 주민들이 감시와 뇌물 걱정 없이, 당당하게 장사하는, 그런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하며, 오늘 ‘북한 개혁 어떻게 할까요’ 마칩니다.  지금까지 리광명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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