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고향에 띄우는 편지ㅣ이연아

연중기획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20-10-01 16:18

멀리 고향에 계시는 삼촌들, 그리고 내 동생들 잘 들 있나요?

코로나 전염병에, 또이번 장마피해, 태풍피해에 거두어들일 낟알이라도 있으려나 늘 마음이 쓰입니다.

삼촌들~ 저 고향 떠나온지 이젠 9년이나 흘렀지만 아직도 그곳 생각을 하면 울컥해짐을 막을 수 없습니다.

탈북하려고 할 때 난 집안의 반동이 되었지만 언젠가는 북한에 보내는 열차 한 차량에는 대문짝한 크기로 새겨진 제 이름으로 쌀과 라면을 꼭 보내고 싶네요.

또 은향이 형제에게 학용품은 내가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했었는데 일년밖에 못보태고 한국에 이렇게 왔으니 이젠 학용품을 결혼식 예물로 바꿔서 준비해야겠습니다.

그렇게라도 보낼 수 있다면.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이 미안함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마음속 아픈 덩어리 내 동생 미향이.

부모없이 이리 저리 떠돌다 결국 북한에 남게 된 불쌍한 내 동생.

너에게 주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이야기 많고 많지만, 영양실조 온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을 네가 살 곳은 여기 대한민국이라 이야기 하고 싶고,

또 얼른오라고 네 손을 잡아주고 싶구나. 언제가 될지 기약하기 어려우나 이 언니는 너를 기다릴게.

추석이 뭔 지 이맘 때 되면 꿈 속에 삼촌들과 동생들이 보입니다.

우리 조카만 믿는다고, 꿈속에서도 삼촌들이 저를 바라보면서 웃고 있는데, 깨어나면 너무 놀라고 소스라칩니다. '아! 추석이라고 나를 이렇게 부르는구나.'

또 조상님 제사상 음식 때문에 모두 속상할텐데, 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너무 미안하고 슬프네요.

죽은 조상이 무슨 음식을 이렇게 자주 먹냐고 푸념을 하던 모습들이 눈에 선합니다.

산사람이 먹는 건데 대충하면 안되냐고 하다가도, 결국에는 사과 세알, 손바닥만한 가자미 한마리라도 빠져서는 안된다고 또 돈을 모아 사곤 했죠.

추석 때가 되면 불쌍하고 힘 없는 막내 외삼촌과 성철 삼촌은 당간부 노릇하던 폭군 큰 삼촌에게 따귀를 맞으며 훈시를 듣곤 했었죠.

그때마다 우리 아버지가 따뜻하게 품어준다며, 우리 매부가 최고라고 부르던 불쌍한 삼촌들.. 너무 그립습니다.

그 나약한 삼촌들도, 그 폭력배 삼촌도 그때 그 울고 웃고 싸우면서도 어렵게 만든 조상님 제사상 음식 앞에서의 그 모습들이 너무 그립습니다.

어떻게 하든 잘 살아남으면, 제가 보내는 이름의 쌀들을 꼭 받으실 날이 올거라 믿어요.

너무 보고싶은 나의 일가친척들, 잘 살아남길 바라요.

대한민국 서울에서 조카 연아 올립니다.


*연아씨가 부르는 노래편지 ㅣ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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