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가 있다면 공정한 재판으로 증명하라

등록일 2019.07.10

간첩 혐의가 있다면 공정한 재판으로 증명하라.

최근 오스트랄리아(호주) 유학생 알렉 시글리가 북한 당국에 억류 됐다가, 지난 4일 풀려났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시글리가 "반공화국 언론매체들의 사촉(사주) 밑에 유학생 신분을 이용하여 평양 시내의 구석구석을 싸다니면서 시탐의 방법으로 수집분석한 자료와 사진들을 수차례에 걸쳐 넘겨준 사실이 밝혀졌다"고 지난 6일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글리는  "내가 간첩행위를 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분명한 거짓"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지목한 외국 언론 매체에 건넨 유일한 자료는 자신의 개인 인터네트 홈페이지에 이미 공개한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시글리는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 문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그가 인터네트에 공개한 북한에서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오히려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가 엿보입니다. 결코 비밀이라고 할 수 없는 일상생활이 담긴 자료를 공개했다고 해서 간첩 누명을 씌우고 억류한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가 만약 간첩이었다면 북한 당국이 억류한지 9일만에 석방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해외에서 여행을 오거나 인도주의 지원을 하러 들어온 한국 사람들과 외국인들을 번번히 간첩 혐의를 씌워 억류해 왔습니다. 1996년부터 오랜 기간 북한을 드나들며 대규모 인도주의 지원사업을 벌여왔던 카나다(캐나다) 국적의 임현수 목사도, 2015년 1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북한에 갔다가 ‘국가전복 음모죄'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병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2년7개월간 억류됐습니다. 임현수 목사는 북한의 고아들을 돕고 양로원, 식료품 공장, 가발 공장 등을 세워 북한 당국으로부터도 환영을 받았던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목사는 석방된 이후 북한을 자주 찾은 이유에 대해 "북한에 세운 보육원과 요양원을 감독하기 위한, 순수한 인도주의적 목적 때문이었으며, 북한 당국의 주장처럼 체제 전복 의도의 설교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2016년 1월 북한에 여행을 갔다가 억류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는 북한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떼어낸 혐의로 억류됐습니다. 그해 3월 ‘국가전복음모죄'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고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6일만에 사망했습니다. 웜비어 학생이 진짜 정치선전물을 뗀 것이 맞는지, 이 행위가 왜 국가전복음모가 되는지, 현재까지도 명확히 밝혀진 게 없습니다.

북한 당국은 외국인이 평양에서 탄산음료를 먹거나 아리랑 손전화기를 사용하는 사진을 인터네트에 올리면 간첩 혐의를 씌웠습니다. 수백만명이 굶어 죽던 90년대 중반부터 20여 년간 어려운 북한 주민들을 도왔던 해외 교포가 국가전복음모를 꾀했다며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북한 당국은 자기들이 필요하면 간첩혐의를 들씌워 사람잡이를 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정말 간첩 혐의가 있다면 국제기준에 맞는 공정한 재판을 통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고 판결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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