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특집-베트남 개혁개방, 북한에 주는 의미

등록일 2019.02.27

국민통일방송, 신년기획특집 <베트남 개혁개방, 그리고 북한의 선택>


1. “베트남 개혁개방, 북한에 주는 의미”


*<편집자주>: 국민통일방송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다는 계획이 발표되기 전부터, 베트남 ‘도이머이(쇄신)’ 정책이 무엇이고 북한에 적용 가능한 모델인지를 살펴보는 20부작 기획특집 방송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 방송은 2019년 1월7일부터 국민통일방송 단파 주파수를 통해 북한 청취자들에게 매주 월요일 송출하고 있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맞아 20부작 프로그램 중 베트남의 개혁개방이 북한에 주는 시사점과 베트남 모델을 북한에 적용가능한지를 검토한 부분을 정리해 제공합니다.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해야 경제발전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래 글은 방송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진행자 : 안녕하십니까. 통일전문 진행자, 김희영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베트남 개혁 개방이 북한 주는 의미’입니다. 먼저 ‘개혁 개방’, 북한에 어떤 의미일까요?

박은주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박사(이하 박) : 이제 북한에게 개혁개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잘 굴러간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북한은 지금 제2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GDP 성장률은 2017년 기준, -3.5%라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소득이 줄어든 것이죠. 현재 북한은 배급제도 사실상 붕괴된 상태로, 북한 주민들 스스로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진행자 : 지난해 북한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3.5퍼센트면 경제사정이 정말 심각한데요, 사실 북한 당국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죠?

박 :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신년사는 북한의 한 해 계획이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런데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길로 나갈 것이며,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인민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기 위해 모든 부문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수행”을 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변화된 태도를 보여준 것은 지난해 4월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였습니다. 당중앙위원회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노선”이라고 천명하면서, 북한이 경제개발을 위해 나설 것을 시사했죠.


특히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교류협력을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키자”면서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을 보면 경제발전 의지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 경제를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데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아무 조건 없이 재개하겠다는 건 일단 관광산업, 남북교류로 경제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의미로 봐야 할까요?

박 : 네, 표면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결국은 한국의 자본과 기술 투자를 받고 싶다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유치하기 쉬운 해외투자처인 한국에 먼저 문을 열어준 것이죠.


북한이 개혁개방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사회주의경제건설”,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글자그대로만 보면 개혁개방 의지까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상 북한의 사회주의계획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계획경제가 완벽하게 돌아가려면 완벽한 계획의 수립 및 실행과 배급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북한은 주민들에게 먹고 사는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진행자 : 베트남은 개혁 개방으로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나고,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뤘잖아요. 이런 베트남에 비추어보면 북한 역시 결국엔 개혁 개방의 길 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박 : 네, 맞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데, 북한은 그 둘 다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노동력만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로써는 북한주민들의 노동력을 투입할 기회가 없는 상태인 것이죠.


북한은 내수시장이 거의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수입/수출을 통해서 필요한 원재료나 자본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합니다. 결국 북한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대로 핵을 포기하고 경제개혁개방의 길로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진행자 : 북한이 베트남의 개혁 개방에 눈독을 들인 데에는 바로 이런 이유가 가장 컸을 것 같아요. ‘사회주의 체제에서 시장경제제도의 성공’요… 그렇게 본다면 사실 중국도 개혁 개방과 함께 시장경제제도를 잘 운용하고 있잖아요, 그럼에도 베트남의 시장경제제도가 북한에 주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죠?

박 : 과거부터 현재까지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좋고, 경제적인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면적이 960만㎢로, 북한의 12만㎢와 비교하면 약 80배 정도 큰 영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구수도 중국은 13억8천만명인데 반해, 북한은 2천5백만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규모 자체에서 너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중국식 개혁개방정책을 그대로 수용해 적용하기는 힘든 상황인 것이죠.


반면, 베트남은 인구 9천2백만명 정도에, 국토 면적도 33만㎢ 정도로 북한보다 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그 격차가 중국에 비해 월등히 적죠. 초기 조건 자체가 중국에 비해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이 북한에 더욱 잘 맞을 것이라 판단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역사적 경험이나 외교 상황 등도 비슷한 점이 많거든요. 베트남이 경제성장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을 한 것처럼, 북한도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과 관계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도 비슷하죠.

진행자 : 사실 중국은 땅이 너무 넓다보니 개혁에 대한 속도나 실행 면에서 북한과 좀 맞지 않을 수도 있단 생각은 들어요. 그런데 북한은 이미 어느 정도 시장경제제도를 하고 있잖아요?

박 : 북한이 시장경제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하거나 승인하고 있지는 않지만, 장마당을 통해 시장가격이 형성되고 주민들이 상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경제를 학습하는 과정 속에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중에 “다수확을 이룩한 단위들과 농장원들”이란 표현이 있었는데요, 베트남의 ‘농가계약제’와 비슷한 ‘포전 담당책임제’를 뜻하는 거죠?


박 :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농업부문에서 알곡증산에 성공하여 다수확을 이룩한 단위들과 농장원들이 수많이 배출됐다”고 평가하면서 “주타격 전방인 농업전선에서 증산투쟁을 힘 있게 벌려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것은 북한 산업에서 농업이 가지는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현재 북한은 ‘포전 담당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농장 일을 하는 분조 단위를 가족 중심으로 재편해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 정책입니다. 수확량의 일부만 국가에 내면 나머지 잉여 생산물은 주민들이 직접 처분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죠. 물론 현장에서 이게 정말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요.


이 포전 담당책임제가 잘 작동하는지와 별개로,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큽니다. 기존 북한의 농업생산 및 분배 방식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생산단위를 ‘가족’을 둔 것과 각 경제활동 주체들의 자율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진행자 : 그런데 베트남이 농업 분야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도입한 시장경제제도란 것을 북한도 따라서 할까요?

박 : 네, 과거에 비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북한은 기업소 운영에서도 각 기업소를 운영하는 관리책임자들에게 ‘주체화’라는 명목으로 경영자율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기업운영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어쩔 수 없이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요. 이러한 조치들이 향후 국영기업을 민영화할 때, 그 과정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시장경제체제를 적극 도입하기 위해서는 가격자율화와 사적소유 인정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가격자율화는 현재도 북한 내에서 비공식적인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도입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적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은 아마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베트남이 그랬던 것처럼 부동산과 같이 소유권 전환이 어려운 부분은 장기임대 형식으로라도 풀어야할 것입니다.

진행자: 베트남 역시 미국과 전쟁까지 불사했던 사이였지만 관계를 잘 풀어나갔어요. 여러 번 나왔던 얘기지만 북한 역시 미국과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고 있죠?

박 : 지난해 6월 싱가폴에서 열린 처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올해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물론 이 두 번의 회담은 북한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진행자 : 북한이 미국과 관계가 좋아지면 어떤 부분이 달라지게 될까요?

박 : 북한이 미국과 합의한 대로 비핵화를 이뤄내고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면, 얼마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활약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국제연합(UN),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유엔 및 유엔 산하 기구에는 가입돼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경제협력을 위한 활동을 하는 정부 간 기구에는 가입돼 있지 않습니다. 북한이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원조개발협력을 받기 위해서는 OECD에 반드시 가입해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이고요. 베트남도 미국과 관계 개선이 된 이후 국제기구에 가입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됐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행자 : 네,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베트남과 북한의 상황이 많이 비슷해서 동변상련의 처지란 말이 자꾸 생각나는데요, 그만큼 베트남의 개혁 개방이 북한에 주는 의미가 상당히 중요할 듯 싶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 해주신 박은주 박사님 고맙습니다.

박 : 네, 감사합니다.


*진행: 김희영 통일전문 진행자

*출연: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박은주 박사

*정리: 국민통일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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