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량미를 걷자고 검찰까지 동원한단 말인가

등록일 2019.01.11

지난해 홍수와 가물(가뭄) 등으로 알곡수확량이 감소해 계획했던 군량미 수매량을 채우지 못하자 북한 당국이 법 기관(검찰)까지 앞세워 모자라는 군량미를 무조건 채워서 바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데일리NK가 평안남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농장간부들은 당국에 바칠 각종 세금과 농사비용, 종곡(씨앗으로 쓸 곡식)까지 농장차원에서 준비해야 하므로 수매용 알곡을 더 이상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농장에서 비축해놓은 식량까지 무조건 군량미로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난 시기 국가에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알곡수매량을 채우라고 닦달하는 북한 당국과 한 톨이라도 숨기려는 농장 간부들 사이의 알곡 쟁탈전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돼 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최근 들어 3~4년 동안은 알곡생산량이 좀 늘어나다보니 이런 현상이 좀 수그러들었었지만 올해는 알곡생산량이 푹 줄어들어 군량미 확보가 여의치 않자 당국이 또다시 검찰 등 사법기관을 동원해 의무적으로 알곡수매량을 채우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창군과 숙천군, 양덕군을 비롯한 모든 군들에는 검찰소 검사들이 협동농장에 직접 내려가 창고는 물론이고, 농장원들 집까지 돌아다니면서 몰래 감추어놓은 알곡을 찾겠다며 수색하는가하면 만약에 감추어놓았다가 들키면 교화소에 보낸다고 언성을 높인다고 합니다. 어떤 검사는 농장 분조장이나 작업반장들을 조사한답시고 데려가서는 구류장에 열흘 가까이 잡아넣고, 수매계획량을 무조건 채우겠다고 약속하면 풀어준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나 혹독하게 다그쳤으면 시장에서 쌀을 사서 당국에 수매용으로 바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겠습니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시에 있는 친척집으로 피난간 농장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농사를 지으면서 꾸어먹었던 양곡을 갚지 못해 빚 독촉까지 받고 있고, 몇 달 먹을 식량이 부족한 농장원들은 수매량을 채울 방도가 도저히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비단 평안남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데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시장에서는 1kg에 5천원 정도하는 쌀을 120원에, 알곡생산 계획량의 30% 정도를 수매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 생산량이 아닌 계획량(통상 역대 최고 생산량)을 기준으로 수매받기 때문에 올해처럼 농사가 잘 되지 않게 되면 수매량은 30%가 아닌, 실제 생산량의 절반이나 많게는 70%에 달합니다. 

수매용을 핑계로 수확한 쌀을 국가에서 가져가 버리면 농장원들은 굶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탈곡하기 전에 미리 알곡을 감추어 놓군 합니다. 그러자 추수철이면 인민군대가 직접 차를 끌고 와 보초까지 세우고 알곡을 통째로 걷어가는 현상이 지난 시기 비일비재로 일어났습니다. 한 해 농사를 뼈 빠지게 지은 농장원들조차 먹고 살 수 없게 수매용 알곡계획량을 다 채우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농사를 짓겠습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농사의 주인인 농장원들의 의사와 이익을 존중하고 사회주의분배원칙의 요구를 정확히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군량미를 핑계로 벌이는 검찰의 전횡은 즉시 중단돼야 합니다. 그리고 현실에 맞게 알곡수매량을 조정하고, 농장원들에게 수매할당량을 무조건 바치라는 식의 북한 당국의 횡포 또한 바뀌어야 합니다.

댓글 (총 0 개)
 
덧글 입력박스
덧글모듈
0 / 1200 by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