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작이 농장원들 탓인가

등록일 2018.10.12

며칠 전 데일리NK는 함경북도와 량강도 등 북부 지역들에서 지금 한창 가을걷이, 낟알 털기를 하고 있지만 농장원들의 한숨소리만 높아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함경북도 무산, 회령의 협동농장들만 보더라도 강냉이 밭의 1/3이상이 이삭 자체가 나오지 않았거나 속이 텅 빈 쭉정이가 많고, 강냉이 알이 들었다하더라도 듬성듬성, 그것조차도 잘 여물지 않은 강냉이가 많다고 합니다. 농장원들의 탄식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북한당국은 이런 상황은 외면한 채 협동농장원들한테 계획된 할당량은 무조건 바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가을걷이전투에 앞서 “알곡을 훔치거나 외부로 팔아먹는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라”는 당국의 지시를 내린 것도 모자라 흉작으로 알곡 생산량이 줄어든 것을 농장원들에게 떠넘겨 국가계획량을 채우겠다니 이런 파렴치한 처사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심지어 어떤 농장에서는 밭에 군부대 차들이 들이닥쳐 군량미를 명목으로 가을걷이를 하는 즉시 모조리 실어간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북한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협동농장원들이 첫 번째일 것입니다. 그런데 농장원들이 애써 가꾼 텃밭에서 수확한 강냉이까지 국가계획량으로 바치라고 하는 건 그들더러 죽으라고 하는 소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상기후로 개인 텃밭에서 키운 강냉이 수확량도 농장 밭에서 나온 량이나 거의 엇비슷해 속상한 마음이 큰데 농장분배는커녕 개인이 키운 강냉이 수확량마저 뺏으려 든단 말입니까.
 
최근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는 세계 식량안보관련 보고서를 통해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와 국제사회의 엄격한 경제제재로 인해 북한의 식량 상황이 올해 마지막 3개월 동안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번 여름에 유례없이 찾아온 찌는 듯한 더위와 가뭄, 게다가 연이어 들이닥친 폭우로 인한 홍수를 겪으며 농작물과 기반 시설에 큰 피해를 본 것도 사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당국이 앞장서서 먹을거리 마련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텐데 당국은 오히려 국가계획량을 핑계로 농장원 텃밭에서 키운 강냉이까지 빼앗으려 하고 있습니다. 흉작은 농장원들 탓이 아닙니다. 농장원들에게 국가계획량을 무조건 바치라며 개인텃밭에서 나온 강냉이를 빼앗는 것과 같은 날강도 같은 놀음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아울러 협동농장원뿐만이 아닌 전체 북한주민을 위한 식량대책을 하루속히 세워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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