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도 최소한의 신뢰를 보여주어야 한다.

등록일 2018.07.04

안녕하십니까. 전 북한 외교관 태영호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2개월, 미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3주가 지났지만, 북한은 비핵화 과정을 질질 끌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월 5일(현지시각) 북한을 방문할 것이지만 비핵화를 위한 후속 절차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남북,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수년간 한미가 견지해왔던 ‘선(先)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 후(後) 대화’라는 북핵해결구도를 ‘선(先) 신뢰, 후(後) 비핵화’ 방향으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습니다. 핵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질주라는 ‘미친놈 전술’로 한국과 미국을 평화에 ‘갈망’하게 만들어 놓은 다음 평화로 비핵화 요구를 덮어 버린다는 김정은의 핵전략이 초기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데 대해서는 이의가 없습니다.

이제부터 김정은은 ‘(미군) 유골송환, 미사일엔진 실험장 폐쇄, 남북협력관계추진’이라는 ‘초점 흐리기’ 전략으로 비핵화 과정을 늦추면서 대북제재에서 서서히 풀려나오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향후 전술이 계속 먹혀들어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번 월드컵을 보아도 전반전에서 먼저 한 골을 넣었다고 반드시 그 경기에서 이긴다는 담보는 없습니다.

시간은 김정은에게 불리합니다. 지금 북한 언론들은 9.9절 창건절을 맞으며 ‘승리의 대축전장’에 들어서자고 매일 주민 독려에 나서고 있으며 김정은 본인도 외부 세계와의 관계개선을 전제로 하는 원산갈마 해양관광지구 건설과 (신의주) 신도 등 중국과의 국경 연안 지역 건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에 의거하여 현 난국을 타개해 보려는 속심이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조만간 대북 제재가 풀려 석탄, 광물, 해산물 등 수출이 정상화되고 외국에서 추방되어 돌아오는 로동자(노동자)들의 귀국 행렬이 멈추어 설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주민들의 이러한 기대로 인해 최근 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고 합니다. 김일성, 김정일 때는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지지율이 확고부동이었습니다. 북한에서도 지도자가 정책을 잘해 주민들의 생활이 향상되면 지도자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고 대북제재 등으로 생활이 힘들어지면 지도자에 대한 지지율도 내려가고 있다는 현상은 북한도 점차 고립과 폐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달간 대북제재가 완화되어 주민 생활이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김정은에 대한 지지율이 다시 곤두박질할 것입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강한 북한이 김일성이나 김정일 때처럼 자력갱생의 구호를 들고 경제를 회생시키기는 힘들 것입니다. 

지금 미국과 한국이 ‘선의(善意)’에 기초하여 일단 김정은을 믿고 신뢰구축 조치를 취해 나가고 있으나 김정은이 비핵화 과정을 계속 늦추면서 비본질적인 문제들에 초점을 집중해 나가려 한다면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다시 반대 여론이 거세질 것입니다. 얼마 전 미 상원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상황을 30일마다 보고하라는 ‘대북정책 감독 2018’ 법안을 민주당, 공화당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공동 발의하였다는 사실이 이것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김정은은 올해 가을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여 다시 자기의 인기를 높이고 비핵화 초점을 흐트려보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변화된 현 국면을 계속 이어 가려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로정도(로드맵)라도 제시하여 미국과 한국의 선의(善意)에 선의로 대답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구체적인 시간표가 없는 북한 비핵화 과정’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으며, 북핵 비핵화 과정이 선행되지 않는 한 남북협력이나 대북제재 완화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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