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5 - 가해기관 : 조선대외건설지도국과 해외 북한기업소

등록일 2016.11.21


안녕하십니까? 이광백입니다. 북한에서 반(反)인도범죄가 벌어지고 있고, 북한 지도부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서울에 인권사무소를 설치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인권기록센터를 만들어 북한 지도부에게 인권침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국제사회와 한국이 왜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북한에서 인권유린을 당했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증언해 주실 분은 2012년부터 2년간 러시아에 건설노동자로 파견돼 일한 김성국(가명) 씨입니다. 해외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가혹한 노동 실태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고향은 평양이고요, 2012년에 러시아로 일하러 가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러시아에서) 탈출해 2015년에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 러시아로 파견돼 건설 노동자로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러시아 건설 노동자로 파견돼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돈이 필요해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집이 없어서 평양 아파트 지하실에서 살았는데요, 장사를 하면서 그럭저럭 먹고 살 수는 있었지만 아무리 뼈빠지게 일해도 집을 살 돈은 마련할 수가 없더라고요. 오직 출로는 해외로 나가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에 러시아행을 택했습니다.

- 어느 정도 돈을 벌어야 평양에서 집을 살 수 있나요?

(당시엔) 8000달러 내지 1만 달러 정도면 웬만하게 좋은 집까진 아니어도 쓸쓸한(쓸만한) 집을 살 수 있었어요.

- 북한의 각 기관들은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로 노동자들을 파견하고 있는데요, 김 선생님은 어느 기관에 소속돼 러시아로 파견됐습니까?

저는 대외건설지도국 산하로 파견됐습니다.

- 당시 파견된 곳에 북한 노동자는 어느 정도 있었나요?

우리 회사에는 노동자가 500명 정도 있었고요, 제가 파견됐던 지역에는 회사가 네 개 정도 있었습니다. 이 중 세 개 회사는 건설 회사였고, 한 개 회사는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는 피복 회사였어요. 건설 회사 세 곳 중 두 곳은 대외건설지도국 산하로 운영됐고요, 한 곳은 인민군 8총국 산하의 외화벌이 건설 회사였습니다. 피복 회사는 어디 소속이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아무쪼록 이렇게 기관 성격에 맞게 노동자들을 외화벌이로 내보낸 건데, 일반적으로 한 개 회사에는 500명 정도의 노동자들이 소속돼 있었어요. 피복 회사는 200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한 도시에 1700명 가까운 사람이 일 하고 있었던 것이군요. 돈을 벌러 가셨으니까 월급에도 관심이 많으셨을 텐데, 한 달에 얼마나 받으셨나요?

한 달에 러시아 돈으로 5000루블 정도를 손에 쥘 수 있었는데요. 5000루블은 미화로 100달러가 조금 안 됩니다.

- 그래도 1년이면 1000달러를 벌 수 있었겠네요?

아뇨, 그렇게 계산하면 안 됩니다. 달마다 3000루블을 줄 때도 있고, 5000루블을 줄 때도 있고 각각 달랐거든요. 또 돈을 받으면 생활에 필요한 것을 사기도 해야 하잖아요? 이동할 때 버스도 타야 하고, 담배를 사서 피우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일이 하도 힘드니 술도 마시고 싶고 하잖아요. 3000루블에서 5000루블 받고서는 거의 남는 게 없었어요.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 안에만 갇혀 있어야 겨우 그 돈을 모을 수 있는 건데, 그건 불가능한 것이잖아요.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에 나가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고 있긴 하지만, 사실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죠.

- 당국에 바쳐야 할 상납금 때문에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명목들로 상납금을 걷어가는 건가요?

일단 회사에서 걷어가던 돈이 한 달에 850달러였는데요, 이건 무조건 내야 하는 돈이었습니다. 말은 계획분이라고 하지만, 실제 회사가 거둬들이는 돈 850달러 중 대외건설지도국으로 넘어가는 건 1인당 180달러였어요. 다시 말해 국가가 합법적으로 해외 파견 노동자 한 명에 대해 매달 걷어가는 돈이 180달러였던 것이죠.

그럼 나머지 돈은 회사에서 각종 명목으로 걷어간 돈이라는 뜻인데, 보통 건물 유지비부터 각종 세금, 보험 등과 같은 핑계를 댔어요.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런 걸 잘 모르거든요. 명목이 뭔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계산할 줄도 몰랐죠. 그저 ‘또 뻔한 수법으로 돈을 걷어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뿐이었지, 일일이 따져서 ‘세금이 얼마니 건물 유지비는 얼마니’ 하는 것을 따질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따져봤자 의미도 없었겠지만요.

- 그럼 그렇게 상납하고 남은 돈은 모두 노동자 개인의 것이 되는 건가요?

네, 하지만 돈이 남는 게 거의 불가능했죠. 러시아라는 나라는 일반 이주민 노동자가 한 달에 850달러를 꾸준히 벌기에 매우 힘든 조건의 장소에요. 여름에는 일감이 많고 그래서 돈도 더 벌 수는 있지만, 겨울에는 일이 없어 이제까지 벌어둔 돈에서 다 지출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상납하고 나면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이 없어요. 돈을 버는 족족 전부 상납한다고 보면 됩니다.

-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려면 일을 더 해야겠네요?

네, 하지만 사람 육체가 제한돼 있고 일 하는 시간도 제한돼 있으니 쉽지 않죠. 물론 어느 정도 모으면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돈이 생기긴 하겠지만, 그건 그저 피땀에 불과하다고나 할까요.

- 그렇군요. 회사 외에도 당 비서(위원장)나 보위원에게도 돈을 바쳐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얘긴가요?

앞서 회사에 낸다는 850달러는 전부 지배인이 가져가는 돈입니다. 당 비서나 3번, 그러니까 보위원도 돈 벌자고 나온 것이니 이들에게도 내야 했죠. 노동자들끼리 보위원은 3번이라고 불렀어요. 1번은 지배인, 2번은 당 비서였고요. 노동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이 보위원, 즉 3번이었습니다. 막강한 권한을 갖고 노동자들을 마구 부릴 수 있었고, 달갑지 않으면 괜한 딱지를 붙여 조국에 되돌려 보낼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조국에서도 보위원의 권한이 막강하지만 해외에 나와서도 보위원의 힘은 똑같이 적용되더군요.

당 비서도 각종 명목으로 돈을 걷어갔어요. 예를 들면 지도국에서 무슨 돈, 조직부에서 무슨 돈 하는 식이 많았고, 또 4·15(김일성 생일)이나 2·16(김정일 생일)을 맞아서는 각종 선전부에서 돈을 걷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당 비서는 당 비서대로 걷고, 보위원은 보위원대로 걷고 했던 겁니다. 특히 보위원은 사실상 합법적으로 돈을 걷어갈 명목이 없어요. 그저 노동자들에게 압력을 가해 돈을 걷는 방법뿐이었죠. 뇌물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사실 노동자들이 일 하는 과정에서 결함 하나 없을 수가 없잖아요? 외출할 때도 있고, 러시아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도 있고요. 그러면 이런 게 다 위에 보고되고, 보위원이 노동자들을 불러들여요. 불러서는 ‘왜 이렇게 마음대로 외출하냐’ ‘혼자 다니지 말라’ ‘러시아 사람 만나 무슨 이야기 했냐’ 는 등 지적을 하는데, 이럴 때 어쩔 수 없이 5000루블 내지 1만 루블을 바쳐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한 달 동안 번 돈을 모두 보위원에게 바쳐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 다시 돌아가서, 만약 상납금 850달러를 회사에 못 바치면 어떻게 되나요?

일단 한 달 내지 두 달은 계속 욕을 들으면서 못 낸 돈을 보충하기 위해 노력하죠. 다음 달에 1000달러 받아서 850달러를 계속 내야 하는데, 문제는 나머지 150달러마저 회사가 노동자에게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노동자에게는 3000루블에서 5000루블 정도 생활비만 주고요, 1200달러가 원래 월급이라면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회사가 갖고 있는 것이죠. 말로는 1년에 한 번 총화 때 주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회사가 돈을 갖고 있는 이유는 만약 노동자가 다쳐서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됐을 시, 그 월급에서 상납금을 대신 지출하기 위함인 거예요. 그렇게 내다가도 남는 게 없는 사람, 즉 상납금을 더 이상 낼 여력이 없는 사람은 조국으로 돌려보냅니다.

- 임금 착취가 너무 가혹하군요. 그렇다면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들은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일을 하나요?

노동자들은 시간에 대한, 휴식에 대한 관념 자체가 없어요. 그저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밥 먹으면 8시 정도 되는데, 그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밤 11시 정도에 끝납니다. 하루 15시간 일하는 건 보통이에요. 좀 더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러시아에서 2년 동안 일했는데, 그동안 11시 이전에 작업이 끝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 노동 강도가 상당한데요. 휴일은 얼마나 되나요? 한 달에 며칠 정도 쉴 수 있는지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노동자들 머릿속에는 휴식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왜냐면 휴일 자체가 없고, 굳이 따지자면 1년에 하루 내지 이틀 쉽니다. 4·15 김일성 생일 때와 설날에 쉴 수 있죠. 저 역시 쉬었던 기억이 그 때 뿐이에요. 그 외에는 매일 일해야 합니다.

- 러시아에서도 현지 노동 규정이 있을 텐데,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건가요?

물론 러시아도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 규정이 있겠지만, 러시아 측 건설 감독도 그저 북한 회사에 일을 위임할 뿐 본인이 직접 북한 측에 어떤 안전을 지키라는 둥 하는 통제를 하지 않아요. 물론 사고나 안전에 대한 말을 하지만, 그저 말뿐이죠. 실제 현장에서 안전 수칙이 지켜지는 경우는 없어요.

- 그렇게 장시간 무리한 노동을 할 경우 사고도 많을 텐데, 사고가 나면 어떻게 처리를 하게 되나요?

작게 다치면 치료를 받긴 합니다. 회사마다 의사가 한 명씩 있거든요. 2, 3일 정도 치료를 받고 다시 노동 현장에 복귀하죠. 하지만 높은 데서 떨어져 크게 다치거나, 예를 들어 내장이 파열되거나 팔과 다리가 부러지면 한두 달 정도는 치료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회사에서는 한두 달까지는 치료하게 해주지만, 그 이상 치료를 오래 해야 할 것처럼 보이면 그냥 조국으로 돌려보냅니다. 회사로서는 그게 이득이잖아요, 다친 사람 데리고 있어봐야 치료로 지출되는 돈만 많이 나올 테니까요.

- 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사람도 있나요?

네, 많아요. 가끔이 아니라 종종 있습니다.

- 이 같은 인권 착취를 겪으면서 당국에 항의해볼 생각은 없으셨나요? 또 실제 항의하는 사람이 있는지요?

항의할 생각까지는 못하고요, 그저 저녁이면 친구들과 모여 앉아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정도죠. 이건 정말 너무하지 않느냐, 돈도 안 주고 너무 혹사시킨다 정도의 불만이요. 물론 개별적으로 가서 항의하는 사람이 있다고도 들었어요. 제가 있던 회사는 아니었지만, 다른 회사에서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몰려가 사장 혹은 당 비서에게 ‘왜 이렇게 착취하느냐. 돈을 더 달라’고 항의한다는 소리를 듣긴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항의할 생각은 꿈도 못 꿨습니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당국에 바쳐야 하는 과도한 상납금 때문에 하루 12시간이 넘는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임금을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2016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가 담길 정도로 그 실태가 심각합니다. 건설 노동자를 해외로 파견하고 있는 북한 대외건설지도국과 현지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즉각 중단하고 그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길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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