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부 김정일 정권의 무참한 패배 - 화폐교환조치 1

등록일 2011.08.07


안녕하십니까? 조선 경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조선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 시간의 송현정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장마당에 대한 탄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화폐교환조치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2009년 11월 30일, 남조선의 인터네트신문인 데일리NK는 조선 당국이 이날 전격적인 화폐교환을 단행한다는 소식을 긴급하게 보도합니다. 옛날 돈 100원을 새 돈 1원으로 바꾸고 가구당 교환한도를 옛날 돈 10만원으로 묶는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였습니다. 당국은 겉으로는 이번 화폐교환이 땅에 떨어진 조선 돈의 가치를 끌어올려 경제를 정상화시키고 근로자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12월 4일자 조선신보와의 접견에서 조선중앙은행 조성현 책임부원의 설명입니다.

“화폐교환의 목적은 화폐류통을 원활히 함으로써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을 다그치며 근로자들의 리익을 옹호하고 생활을 안정 향상시키기 위한데 있다.”

그러면서도 이번 화폐교환조치의 목적이 시장을 억제하고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되살리는 데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조성현 책임부원의 말입니다.

“지난 시기 국가가 기업소들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물자를 계획한 만큼 원만히 보장해주지 못하였기 때문에 시장의 리용을 일부 허용했다. 하지만 국가의 능력이 강화됨에 따라서 보조적 공간의 기능을 수행하던 시장의 역할이 점차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시장에서의 물가의 평균수준은 2002년 7월 1일 직후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앞으로는 경제활동의 많은 몫이 시장이 아니라 계획적인 공급류통체계에 따라서 류통되게 되며 이렇게 되면 계획경제관리질서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그동안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며 시장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하자 화폐교환을 통해 돈을 모두 몰수하여 시장을 아예 말살하려고 한 것입니다. 데일리NK와의 접견에서 통일연구원 박형중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물가가 안정되려면 공급과 생산성이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화폐교환만 가지고는 경제를 안정시킬 수 없다. 100대 1의 비률로 교환하는 것은 정권 차원의 약탈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국가가 통제하지 못하는 돈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가구당 교환 금액을 10만원으로 한정지은 것은 시장세력에 대한 사실상의 몰수조치이다.”

실지로 그동안 모은 전 재산을 빼앗기게 된 주민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습니다. 모든 법기관이 총동원돼 순찰에 나선 가운데 곳곳에서 통곡소리가 새어나왔고, 울다가 쓰러지는 사람이 속출했으며 이전에 진 빚을 갚는 문제로 여기저기에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심지어 큰 충격에 심장마비로 죽는 사람이 나오는가 하면 화폐교환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해 있다가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왔습니다. 화폐교환 소식이 알려진 당일 데일리NK의 내부 소식통이 전하는 상황입니다.

“장사하던 녀성들이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통곡을 하다 여기저기에서 실신해 쓰러졌다. 식량 매대에 있던 한 녀성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기도 했다. 집집마다 실신상태에 빠진 주민들의 통곡소리도 그치지 않고, 부부간 싸움이 나는 가정들도 많다. 아무리 화폐교환을 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야만적으로 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번 화폐교환은 정말로 기막힌 협잡이다. 수령님 서거 이후 사람들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민들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당국에서는 각 인민반, 직장 별 강연회와 3방송, 방송차량 등을 통해 이번 화폐교환조치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열을 올립니다. 화폐교환 기간에 내보낸 3방송의 정론입니다.

“이번 화폐교환은 인민들의 물질 문화적 평등을 국가가 책임지고 실현하며 인민경제를 보다 원활하게 돌리기 위한 정상적인 조치였다. "새로운 화폐를 류통하게 됨으로써 우리 조국은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문을 열어 제끼는 력사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이제는 정말로 잘 사는 세상, 인민들이 유족한 물질 문화생활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제부터가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시작이다.”

그러나 전 재산을 뺏기게 된 주민들은 한 푼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입니다. 교환 한도가 없는 화교들이나 가난한 가정에 자신의 돈을 주며 대신 교환을 부탁하기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권력층을 찾아다니며 방법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대부분 허수고로 끝나고 맙니다. 그러자 주민들은 김일성의 얼굴이 새겨진 옛날 돈을 불태우거나 하수구에 버리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분노를 나타냈습니다. 옛날 돈을 훼손하는 사람에 대해 엄벌에 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주민들의 저항을 막지는 못합니다. 대북지원단체 좋은벗들이 전하는 소식입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지난 12월 5일, 포항구역 수원 1동에 사는 주민을 긴급체포해 수남시장에서 공개 처형했다. 옛날 화폐를 대량으로 태운 혐의다. 함흥시 보안서에서는 지난 12월 1일부터 6일 사이에 옛날 화폐를 대량으로 무단으로 버리던 주민 8명을 긴급 체포했다. 이들은 옛날 화폐를 하수도망과 강변, 공동화장실, 오물장 등에 대량으로 버린 혐의다. 평안남도 남포시 보안당국은 지난 12월 4일 저녁,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구화폐를 삐라 뿌리듯이 뿌리고 다닌 자들을 검거하고 나섰다.”

함흥지역에선 상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소문도 나돌았습니다. 또 주민들은 모이기만 하면 당국과 김정일에 대한 비난을 거침없이 하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저항이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당국에서는 화폐교환 한도인 10만원 외에 가구 성원 당 5만원씩, 최대 50만원까지 바꿀 수 있도록 조치해 성난 민심을 달래려고 합니다. 또 로동자들의 로임을 새 돈으로 그대로 지급하고 농민들에게는 새 돈으로 작게는 1만5천원에서 많게는 15만원까지 주었습니다. 로임을 100배나 올려 준 것입니다. 여기에다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의 배려금이라는 명목으로 모든 가구에 새 돈 500원씩을 나눠줬습니다. 그러자 화폐교환의 초기에는 로동자, 농민들을 중심으로 이번 조치에 대해 환영하는 사람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화폐교환으로 이미 마비된 장마당 경제에 물가상승이라는 폭탄을 던짐으로써 조선 경제 전체에 엄청난 후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도 계속해서 화폐교환조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선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를 마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참고 및 인용자료>
조선신보 접견 - 조선중앙은행 조성현 책임부원
3방송 정론
데일리NK 접견 - 통일연구원 박형중 연구원
데일리NK 보도 - 함경북도, 평안남도 소식통
좋은벗들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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