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부 장마당 경제의 형성과 발전

등록일 2011.08.07


안녕하십니까? 조선 경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조선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 시간의 송현정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고난의 행군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장마당의 형성과 발전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은 조선인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당국의 배급에 의존하던 인민들은 배급이 끊기자 새로운 생존의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장마당이었습니다. 살기 위해 식량을 구해야 했던 인민들은 집안에 있던 가재도구를 하나씩 내다 팔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가동이 멈춘 공장의 자재와 부품, 그리고 자신의 로동력까지 내다 팔았습니다. 농산물만 거래되던 농민시장이 가전제품과 생활필수품을 비롯해 기업소에서 필요한 자재까지 모두 거래가 되는 장마당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물론 당국에서는 장마당의 발전이 내키지 않았지만 배급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처음에 물물교환 형태로 이루어지던 장마당은 그러나 곧 조선 경제의 모든 것을 바꿔놓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개인공장의 활성화입니다. 서울대학교 리영훈 교수의 책 ‘농민시장’에 나온 한 탈북자의 증언입니다.

“강선제강소로 유명한 강선지역에는 주로 옷을 만들어 팝니다. 거기는 일찍부터 개인상업이 발달했고 조선 돈으로 2,000만 원, 3,000만 원씩 가진 부자들도 많습니다. 그 사람들은 어느 기관 또는 기업소 차를 돈을 주고 빌려서 신의주에 가서 천을 사옵니다. 그리고는 옷 만드는 사람에게 맡겨서 조선에서 류행하는 옷을 만들게 합니다. 옷이 다 만들어지면 도매가격으로 소매상에게 판매합니다.”

이 과정에서 돈주와 생산, 류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각자의 역할에 맞는 분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장마당이 단순히 식량을 구하는 물물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사회주의 계획경제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경제주체가 되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국에서 운영하는 기업과 공장은 자재와 에네르기의 부족으로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았지만 시장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개인공장은 더욱 활성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로동자들이 직장과 기업소에는 적만 걸어놓고 실지로는 개인공장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또 장마당이 활성화되려면 돈이 잘 돌아가야 하는데 이 때문에 돈주들의 역할이 커지게 됐습니다. 은행의 역할을 돈주들이 대신한 것입니다. 계획과 시장의 공존이라는 책에서 삼성경제연구소 림수호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1990년대 이후 장사의 필요성이 늘어나면서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늘어났다. 또한 보따리장사나 밀수 등 각종 제2경제활동으로 재산을 축전한 신흥부유층들이 돈을 굴리게 되어 사적 돈거래를 가속화했다. 이들은 일단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나면 직접 장사를 하기보다는 돈장사를 통해 돈을 불리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돈거래가 개인만이 아니라 계획경제부문의 기업소나 협동농장, 국영상점에까지 파고들고 있다. 원자재를 구매해야 하는 기관, 기업소가 돈이 없는 경우 개인자금을 빌리는 것이다.”

한편,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중국과의 교역이 늘어나면서 인민비와 딸라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반대로 조선 돈에 대한 가치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환률이 폭등했습니다. 이것은 또다시 인민비와 딸라에 대한 수요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같은 책에서 림수호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2000년대 초반 탈북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외화를 보유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40%나 됐고, 보유금액은 대체로 100딸라에서 750딸라 정도였다. 이를 기초로 조선인민 전체의 외화보유금액을 추정해보면, 가구당 186딸라, 총 9.6억 딸라에 달한다. 2000년 수출입을 합한 조선의 무역총금액이 24억 딸라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보유 외화가 조선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개인 써비스사업도 크게 늘어나 목욕탕, 콤퓨타 오락실, 비데오방, 당구장, 노래방, 주유소를 비롯해 전국적인 뻐스망까지 구축됐습니다. 주로 기업소에 돈을 주고 간판을 빌리는 편법을 리용한 것입니다. 심지여 개인이 아파트를 짓는 경우도 나타났습니다. 위의 책에서 나온 한 탈북자의 증언입니다.

“개인이 건설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기업소가 로동자용 아파트를 짓겠다고 상부에 승인을 받는다. 그런데 실제 건설주는 기업이 아니라 돈 많은 개인들이다. 기업은 명패만 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위장을 해 놓으면 개인이 아파트건설에 드는 비용을 다 대지 않아도 된다. 일단 설계도면을 가지고 사람을 모아 돈을 받아, 그 돈으로 자재를 구해서 건설을 시작하는 것이다.”

고난의 행군이후 국가의 공식경제가 무너지면서 인민들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경제를 일구어 나갔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식량을 구하기 위해 시작한 장마당이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체제로 성장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지금 조선인민들을 먹여 살리는 것은 당국의 배급이 아니라 장마당 경제가 되였습니다. 북한 장마당의 현황과 전망에 관한 연구라는 론문에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윤태 사무총장의 설명입니다.

“조선 전역에 약 300여 개의 장마당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평균 한 개의 장마당에 500에서 1000석 정도의 매대가 존재한다고 할 때 약 15만에서 30만개의 매대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보따리 장사꾼만도 약 7, 80만 명 정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때 조선의 생산가능인구의 33에서 63%, 전체 인구의 19에서 40%가 넘는 주민들이 장마당을 통해 생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직접 장사를 통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으로 사실상 극소수 특권층을 제외한 조선인민 대부분이 장마당을 통해 식량과 생활필수품을 구입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역시 장마당을 통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생산할 수 없는 상태가 되였습니다. 이것은 조선에서 사회주의가 사실상 끝났음을 의미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7.1 경제관리개선조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선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를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참고 및 인용자료>
농민시장 - 리영훈
계획과 시장의 공존 - 림수호, 삼성경제연구소
북한 장마당의 현황과 전망에 관한 연구 - 김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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