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부 조선 경제의 모든 것을 뒤바꾼 고난의 행군

등록일 2011.08.07


안녕하십니까? 조선 경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조선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 시간의 송현정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김정일의 사치와 향락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조선 경제의 모든 것을 뒤바꾼 고난의 행군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996년 조선 당국은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고난의 행군 정신으로 살며 싸워나가자고 강조해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선포하게 됩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은 이미 그 이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함경도를 비롯한 지방을 중심으로 배급이 중단되기 시작했고 자연재해까지 겹친 1995년에는 50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죽었습니다. 황장엽 전 조선로동당 비서의 설명입니다.

“1996년 11월에 사태가 너무 걱정되어 이와 관련한 통계를 장악하고 있는 책임자에게 지금 굶어죽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를 물어보았다. 그는 1995년도에 당원 5만 명을 포함하여 약 50만 명이 굶어죽었는데 1996년에는 약 100만 명이 굶어죽을 것이 예견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만일 외부로부터 원조가 없는 경우 1997년에는 200만 명이 굶어죽을 것이라고 하였다.”

배급이 끊기고 굶어죽는 사람이 나오는 데도 별다른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한 조선 당국은 결국 고난의 행군을 선포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의 의무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배급제를 움켜쥐고 인민생활을 통제해 온 국가가 인민을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4년 동안 3백만에 가까운 인민이 굶어 죽는 대 참극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난의 행군은 왜 일어나게 됐을까요? 조선 당국은 고난의 행군이 자연재해와 미국의 고립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계속 이어지는 황장엽 비서의 설명입니다.

“북한 통치자들은 세계경제의 어떤 파동에도 끄덕하지 않는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하여 놓았다고 주장하였으며 신년사를 할 때마다 매우 불리한 기후조건에서도 만풍년을 이룩하였다고 만세를 불렀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는 제국주의자들의 경제봉쇄 책동으로 말미암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연재해 때문에 농사가 잘 안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재해가 없는 나라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재해 때문에 사람들이 대대적으로 굶어죽게 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만일 농업이 자연재해 때문에 잘 안되었다면 공업은 왜 전면적으로 마비상태에 빠지게 되었는가? 이것도 다 자연재해 때문이란 말인가?”

조선에서 배급이 끊기기 시작한 것은 1991년도부터입니다. 그동안 근근이 버텨오던 배급제가 사회주의 나라의 몰락과 13차 축전의 무리한 강행으로 구멍이 뚫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선 당국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식량이 부족하면 부족분을 해외에서 사오거나 아니면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지만 조선 당국은 이것을 거부했습니다. 돈이 없었던 것도 아니였습니다. 당시 김정일은 김일성의 무덤을 치장하는 데 8억9천만 딸라의 돈을 랑비했는데 이 돈이면 조선인민 전체가 3년동안 먹을 수 있는 강냉이를 살 수가 있었습니다. 김정일은 굶어 죽어가는 인민들을 구제하는 대신 특권층에게만 우선적으로 식량을 나눠주는 선별적인 식량배급을 선택했습니다. 북한기근의 정치경제학이라는 책에서 정광민 박사의 설명입니다.

“조선의 특권층은 이 선별전략을 립증이라도 하듯이 우선적으로 배급을 받았다. 수해가 있었던 1995년도의 수확이 있은 뒤 조선로동당은 전 국민의 약 4분의 1에 상당하는 조선인민군, 국가보위부, 사회안전부, 군수공장, 각급 당기관원 등에게 1년분의 식량을 배급하였다. 잔여 식량은 주로 에네르기 전략부분의 탄광로동자를 중심으로 분배되었다.”

지역적으로도 식량배급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 당국이 세계식량계획에 제출한 지역별 배급현황을 분석한 정광민 박사의 주장입니다.

“이 시기의 식량배급은 평등하게 이루어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첫째로 배급량이 가장 많은 황해남도와 가장 적은 평안북도 사이에는 약 2배의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둘째로 특권도시인 평양시는 1인당 평균 배급량보다 10~50%나 많이 분배 받았다. 셋째로 도시화률이 60%를 넘는 지역 중에는 함경남북도의 배급량이 가장 낮게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조선 제1의 군수공업지대로 알려져 있는 량강도와 자강도의 배급량은 모두 평균치를 상화하고 있다.”

결국 함경남북도와 평안남북도를 중심으로 아사자가 속출했습니다. 배급이 끊기자 인민들은 곧 배급이 재개될 것이라는 당국의 선전을 믿고 기다리다가 결국 앉아서 굶어죽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특히 곧 배급이 재개될 것이라는 당국의 선전을 믿고 기다리던 끌끌한 과학자와 로동자들이 무리죽음을 당하면서 고난의 행군 기간 3백만이 죽는 비극이 발생합니다. 한편, 이웃들과 친척들이 굶어죽는 것을 목격한 조선인민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같은 책에서 정광민 박사의 설명입니다.

“기근의 초기단계에 인민들은 텔레비죤과 랭장고, 녹음기 등 돈이 되는 물건만이 아니라 낡은 가구, 헌 옷이나 이불 등 집에 남아 있는 모든 가재를 팔아서 식량을 입수하였다. 또한 교원, 의사, 기술자는 사전이나 의학, 기술 관련의 책을 팔아서, 목수는 도구를 팔아서, 어떤 사람은 돼지를 팔아서 식량을 획득하였다. 또 떡, 국수, 빵, 국밥, 사제 음료, 밀주 등의 음식물과 관련된 장사를 하거나 가성소다와 솥, 대야, 신발, 의류 등을 지고 다니는 행상도 전국적으로 확대되였다.”

고난의 행군은 조선인민들의 생존방법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이 굶어죽는 모습을 본 인민들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배급제를 거부하고 장마당을 통해 자체적으로 살 길을 개척했습니다. 이후 조선경제는 인민들이 개척한 장마당 경제와 김정일이 독차지하고 있는 수령경제로 나뉘게 되였고 량자 간의 치열한 생존대결이 펼쳐지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장마당의 형성과 발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선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를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참고 및 인용자료>
개인의 생명보다 귀중한 민족의 생명 - 황장엽, 시대정신
북한기근의 정치경제학 - 정광민,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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