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부 사회주의의 몰락과 조선 경제의 해체

등록일 2011.08.07


안녕하십니까? 조선 경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조선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 시간의 송현정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수령경제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사회주의의 몰락과 조선 경제의 해체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980년대 말 쏘련과 동구 사회주의 나라의 몰락은 조선에도 엄청난 영향을 가져왔습니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쏘련의 몰락은 김일성, 김정일 정권의 존립근거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일성, 김정일 정권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로선이 잘못되였음을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회주의 나라들의 몰락이 가져올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더욱 통제를 강화하고 나라의 문을 꽁꽁 걸어 잠갔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영향까지 차단할 수가 없었습니다. 조선경제의 구조와 변화라는 론문에서 한국은행 박석삼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조선경제는 1990년대 들어 사회주의권의 붕괴를 계기로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조선은 전통적으로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과 자력갱생의 원칙에 기초하여 원료와 연료를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스스로 그 자립도의 최대치를 60에서 70% 정도로 보았다. 이는 30에서 40%의 원자재가 외국으로부터 수입되지 않으면 조선경제가 정상적인 가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조선이 수입하던 원자재는 조선 내부에서는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였습니다. 당시 조선 당국은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로선에 따라 돈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는 원자재라도 최대한 자체적으로 생산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생산과정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30-40% 수입원자재는 자체생산이 불가능하였습니다. 이 말인 즉, 조선 당국에서 내건 자력갱생이 얼마나 허망한 구호였는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외국으로부터 이들 원자재를 수입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조선의 생산체계가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박석삼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1980년대까지 조선은 기계부품, 원유, 유연탄 등의 중요 원자재를 대부분 쏘련으로부터 조달받았다. 쏘련은 붕괴 이전까지 조선의 수입총액 중 5,60%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김책제철소와 승리화학, 북창화력발전소 등의 핵심산업시설 건설과 기계설비, 부품, 원료, 연료 등을 지원하였다. 조선은 쏘련의 지원을 받은 산업시설들로부터 전체 전력의 65%, 철광석의 40%, 석유화학의 50%, 화학비료의 13%, 섬유제품의 20%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쏘련체제가 붕괴되고 로씨야공화국이 출범하면서 로씨야는 조선으로의 수출품에 대해 국제가격보다 눅게 주던 ‘우호가격제’를 폐지하고 청산결제 대신 경화결제를 요구하게 된다.“

경화란 다른 나라의 돈과 쉽게 바꿀 수 있는 국제적인 화폐를 말하는 것으로 미국의 딸라와 카나다 딸라, 프랑스의 프랑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쉽게 말해 원자재를 가져가려면 미국의 딸라로 돈을 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딸라가 전혀 없는 조선은 돈을 주지 못하게 되고 결국 쏘련과 동구 사회주의 나라들로부터 원자재를 구할 수 없게 됩니다. 이로 인해 1991년 로씨야로부터의 수입은 1990년에 비해 무려 10분의 1 수준으로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다급해진 조선 당국은 중국의 지원을 받아 원자재를 보충하려고 하지만 이 역시 불가능하게 됩니다. 다시 박석삼 연구원의 지적입니다.

“조선은 로씨야로부터의 원자재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자 그 부족분을 중국의 지원을 받아 보충하려고 시도하지만 중국도 1992년부터 조선에 대한 ‘우호가격제’를 폐지하고 경화결제를 요구한다. 이로 인해 이후 1990년대 말까지 조선은 경제적 고립상태에 놓이게 된다. 결국 1990년 조선 경제는 건국이후 처음으로 미누스 성장을 기록하게 되였으며 1998년까지 9년간 미누스 성장을 하게 된다.

원자재 수입이 중단되면서 조선의 계획경제도 사실상 해체되기에 이릅니다. 계획경제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게획당국이 ‘계획의 일원화, 세부화 원칙’에 따라 생산계획을 세밀히 작성하고 각 생산단위에 대해 원자재와 로동력을 보장해주면서 생산계획을 리행하도록 지도, 통제해야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원자재가 없으니 생산도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또 로씨야로부터 전력설비의 주요 부품들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전력생산이 줄어들었고 이는 석탄을 실어나르던 철도 운행을 멈추게 하여 화력발전소의 가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였습니다. 처음에는 부품이 없어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석탄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생산이 줄어들게 됐습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로씨야로부터의 부품과 원자재 수입 중단은 조선의 모든 생산부문의 생산력을 급속히 위축시켰습니다. 물론 조선 당국도 사회주의 나라들의 몰락으로 인한 원자재 수입 중단에 대응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방안을 모색합니다. 김일성저작집 44권에 나온 당시 김일성의 발언입니다.

“우리가 지난 시기에는 사회주의시장을 기본으로 하여 무역을 발전시켜 왔는데 이제는 사회주의 시장이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게 되였습니다. 쏘련이 붕괴되고 거기에 자본주의가 복귀되였으며 동구라파 사회주의나라들도 붕괴되어 자본주의의 길로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주의 시장을 기본 대상으로 하던 무역정책을 자본주의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무역정책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또 1992년 조선 당국은 라진선봉지대를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1993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제6기 21차 전원회의에서 무역제일주의를 주창합니다. 또 자본주의 나라들과 3세계 국가들로 무역확대를 추진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전환은 별다른 성과 없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개혁개방에 대한 확고한 전망과 구체적인 정책, 내부개혁이 없는 상태에서 애당초 실현불가능한 일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김정일 정권이 사회주의 몰락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보다 권력유지와 체제수호를 더 중시하면서 조선 경제는 더욱 파국으로 치달았습니다.

사회주의 몰락에 맞서 쏘련과 동구, 중국과 윁남이 선택한 것은 개혁과 개방이였습니다. 하지만 김정일 정권은 체제 위기 속에서 권력을 지키는 길은 총대를 움켜쥐는 것이라 판단하고 이른바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위기를 돌파하려고 했습니다. 남아 있는 모든 자원과 물자는 군대와 군수부문에 집중되면서 이로 인해 인민경제부문은 사실상 폐허가 되였습니다. 그 결과 선군과 관련이 있는 일부 공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장들의 가동이 중단되였고 전쟁시기도 아닌 평시에 3백만이 굶어죽는 대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사회주의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권력유지에만 눈이 먼 김정일 정권으로 인한 비극이였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다음 시간에는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선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를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참고 및 인용자료>
박석삼 - 조선경제의 구조와 변화, 한국은행
홍익표 - 최근 북한의 대외무역 및 경제협력, 조선경제리뷰 2008년 5월
김일성 - 김일성 저작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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