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집에서

등록일 2015.07.14


며칠 전에 날씨가 상당히 무더웠다. 더위도 식힐 겸 그날따라 냉면생각이 간절했다. 마침 일요일이라 가족들과 함께 오랜만에 냉면집으로 향했다. 사실 집 근방에도 냉면집들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우리는 먼데까지 자가용차를 타고 나섰다. 맛이 좋기로 소문난 냉면집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서울의 유명한 냉면집들은 대부분 을지로에 있다. 을지로는 서울의 중심지역으로 이곳에는 우래옥, 평양면옥, 을지면옥, 필동면옥 등 이름난 냉면집들이 꽤 된다. 그 중 우리가 간 곳은 우래옥이었다. 이 냉면집을 차린 사람은 이북사람으로 해방직후 월남한 분인데 당시 평양 명월관 주방에서 일하던 직원 두 명까지 함께 데리고 왔다고 한다. 그러니 이 랭면집은 생긴 지 50년 이상으로 제법 역사가 있는 셈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점심시간이 꽤 지나서였다. 늦게 출발한데다 도중에 도로가 차들로 많이 막혔다. 우래옥에는 이미 몇 번 갔었는데 그 날도 역시 그 집의 랭면 맛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면이 가늘고 부드러웠으며 진하고 깊은 맛이 나는 육수는 정신이 번쩍 들도록 시원하였다. 량도 많았다.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 2배, 하지만 맛이나 량으로 따지면 전혀 비싼 것이 아니었다.

한참 냉면을 먹고 있는데 뒤쪽에서 귀에 익은 말투가 들려왔다. 이북사람 말투였다. 그 곳 우래옥은 평양출신이 세운데다 냉면 맛도 평양식이라 북조선 출신들이 많이 찾는다. 랭면 맛과 더불어 두고 온 고향을 느껴보고 싶어서이다. 또 서로가 대화를 나누며 묻어나는 고향 말투는 그 집의 랭면 맛과 아주 잘 어울려 마치 고향에 온 듯 한 감이 들게 하는 것이다.

냉면 그릇을 다 비울 무렵 주고받는 말소리가 또 들렸다.

장: “거 평양의 옥류관 냉면 말이야. 맛있다고 하잖아? 헌데 실지 가서 먹어보니 아니라던데, 내 아는 사람이 평양 갔다 오더니 그러더라, 실망이라고”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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