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부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로선의 파산

등록일 2011.08.07


안녕하십니까? 조선 경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조선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 시간의 송현정입니다. 지난 시간부터 조선 경제 파탄의 원인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로선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조선 경제가 파탄 난 리유로 자립적 민족경제 로선을 꼽고 있습니다. 전쟁 후 권력을 장악한 김일성은 중화학공업 우선전략과 함께 강력한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로선을 추진합니다. 사회과학출판사에서 발행한 경제사전에 나온 설명입니다.

“자립적 민족경제란 생산의 물적, 인적 요소를 자체로 보장하고 민족국가 내부에서 생산-소비의 련계가 완결되여 독자적으로 재생산을 실현하는 경제체계이다. 첫째, 중공업, 경공업, 농업 등 모든 생산부문을 갖추며, 각각의 내부구조와 생산기술 공정이 완비되여 민족국가 단위로 재생산을 실현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둘째, 필요한 생산물을 자체적으로 원만히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적 자립을 이룩하는 것이다. 셋째, 생산용 원료, 연료를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튼튼한 원료 및 연료기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중공업과 경공업, 농업 등의 모든 산업이 조선 내부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내에서도 독특한 것입니다. 2차대전 이후 사회주의 진영은 쏘련의 주도아래 사회주의 국제분업체계를 형성하지만 김일성은 이것을 거부하고 자립적 민족경제로선을 추구합니다. 이것은 당시 쏘련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려던 정치적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조선 당국은 경제발전에서 외부와의 협력보다는 자력갱생 로선에 매달리게 됩니다. 계획과 시장의 공존이라는 책에서 림수호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조선은 1956년 12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부원천의 동원을 통한 경제발전을 천명하고, 그 수단으로 천리마운동을 발기하였다. 또한 1959년부터는 외부로부터의 기계나 설비 수입을 대체하기 위해 자체의 기술과 노력으로 기계공업을 발전시키자는 이른바 공작기계 새끼치기운동을 전개하였다. 조선 당국이 1990년대 경제난 극복의 방도로 제시한 것도 기본적으로 자력갱생과 제2의 천리마운동이었다.”

하지만 조선 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군수공업을 제외한 중공업이나 경공업, 농업의 발전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군수공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다보니 다른 산업의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특히 자력갱생의 이름 아래 추진된 에네르기 자립화는 조선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북한기근의 정치경제학’이라는 책에서 정광민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석탄에 기초한 수입에네르기 대체형 기술의 개발은 그다지 성과를 올리지 못하였고, 에네르기의 자력갱생을 위해서는 더한층 석탄의 증산에 매달리게 되였다. 그렇지만 70년대 이후 석탄 생산이 둔화되기 시작했고, 석유 등의 전략물자의 수입의존도는 점차 높아져갔다. 조선 당국이 에네르기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석탄증산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그것은 에네르기 및 관련 기계, 자재의 부족이 더욱 심화되어 가는 것을 의미했다.”

에네르기 문제와 함께 락후한 기술도 큰 문제로 제기되었습니다. 역시 정광민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물론 조선 당국은 공업화 초기부터 과학기술의 발전을 강조하였다. 1950, 60년대에는 기계화를 중심으로 한 기술혁명론, 1970년대에는 3대 기술혁명론을 제기하면서 기술발전을 재촉하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일부 군수공업을 제외하고는 락후된 기술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인민경제의 현대화, 과학화를 실현하기 위해선 선진기술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로선은 이것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선 당국이 외부의 기술도입을 전부 반대한 것은 아닙니다. 한편에서는 쏘련으로부터의 기술도입을 추진하면서 1970년대에는 서방측으로부터도 공장설비와 선진기술을 대량으로 도입하려고 시도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외화문제로 벽에 부딪혀 실패로 끝나고 오히려 갚지 못하는 막대한 빚만 지게 됐습니다. 이후 조선 경제는 본격적으로 위기에 직면합니다. 인민경제에서 요구되는 수입원료나 자재를 보장하지 못하게 되였고 여기에 의존하는 공장과 기업소의 생산이 큰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결국 조선 당국은 기존의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로선을 수정해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무역의 확대와 다양화를 결정하고 1982년 에는 주력 수출산업을 강화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1984년에는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무역이라며 비판해 오던 가공무역을 허용하고 합영법을 제정하기에 이릅니다. 결국 김일성은 1984년 다음과 같은 담화를 내놓습니다.

“대외무역을 발전시키는 것은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할 데 대한 우리 당의 방침과 모순되지 않습니다.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하는 것은 대외무역을 확대발전시킬 수 있는 튼튼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으로 되며 대외무역을 발전시키는 것은 자립적 민족경제를 더 잘 건설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조건으로 됩니다.”

사실상 대외무역을 중요성을 강조하여 기존의 로선을 수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변화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개혁개방 정책의 부족으로 서방진영의 투자와 거래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또 수출역시 비철금속 등 1차산업의 수출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쏘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에 대한 의존은 1980년대 이후 갈수록 높아졌고 이것은 1980년대 후반 쏘련과 사회주의 나라들이 몰락하면서 조선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갑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익표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구쏘련과 동구 사회주의권이 붕괴되면서 조선은 이들 국가들과 맺었던 쌍무적 경제관계가 거의 단절되었으며, 이는 조선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교역이 조선 전체 대외무역의 72%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당시의 상황으로 볼 때 조선이 입은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였다.”

이로 인해 산업 전반이 마비된 조선은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게 되였고 조선 경제는 파탄이 났습니다.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이라는 허황된 로선에 집착한 결과였습니다. 특히 고난의 행군이후 외부세계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난 김정일 정권이 여전히 자력갱생, 제2의 천리마운동을 부르짖으며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로선을 부여잡고 있어 조선 경제를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수령경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선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를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인용 및 참고자료>
림수호 - 계획과 시장의 공존(삼성경제연구소)
정광민 - 북한기근의 정치경제학(시대정신)
경제사전(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84년 김일성 담화
홍익표 - 북한의 대외무역 및 경제협력(대외경제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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