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대외무역을 통해 본 조선 경제의 현실 1

등록일 2011.08.07


안녕하십니까? 조선경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조선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 시간의 송현정입니다. 지난 시간에 ‘1인당 국민소득’을 통해 조선 인민들의 생활수준을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대외무역 실태를 통해 조선 경제의 현실을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2008년 조선의 무역금액은 38억 딸라였습니다. 같은 해 남조선은 8573억 딸라를 기록했습니다. 조선의 무역규모가 남조선의 226분지 1에 불과한데, 더 큰 문제는 무역규모가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1990년 조선의 무역규모는 42억 딸라였습니다. 이 수치는 그동안 조선 경제가 퇴보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남조선의 무역금액은 1990년 1347억 딸라에서 2008년에는 8573억 딸라로 무려 6.5배나 증가했습니다.

아마도 조선 당국은 이 통계를 들이대면, 자립적 민족경제를 지향하는 조선과 대외 의존적인 남조선은 다르다고 피대를 세울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립적 민족경제를 실현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애당초 자립적 민족경제로선이란 것이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과합니다. 봉건시대의 농업국가라면 모를까 근대적인 공업국가에서 외국과의 교류와 협력없이 자립적인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의 무역규모의 변천 과정이 이것을 잘 말해주고 있는데요, 남조선 통계청의 자료, ‘북조선 경제의 현황’에 나온 설명입니다.

“조선의 무역규모는 1960년 3.1억 딸라, 1970년 7.4억 딸라, 1980년 34.5억 딸라에 이어 1988년 52.4억 딸라로 1980년대 말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자립경제를 하려고 해도 최소한의 원자재와 에네르기, 기계장비의 수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무역규모가 꾸준히 증가해온 것입니다. 1980년대 말 조선의 무역규모는 국내총생산의 25% 정도였는데, 이것은 개혁개방 이전 중국의 무역규모가 국내총생산의 10%대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결코 작은 수준이 아닙니다. 하지만 1990년부터 조선의 무역규모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해 1998년에는 14.4억 딸라로 10년 전보다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주된 리유는 무역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쏘련을 비롯한 다른 사회주의 나라들이 몰락하면서 대외무역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남조선의 한 언론에서 밝힌 한국은행 이영훈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원자재와 자본의 상당부분을 공급했던 쏘련이 급격히 붕괴하자 조선 경제도 함께 추락했다. 당시 쏘련은 조선의 대외무역 절반 이상을 차지했었고 쏘련은 국제가격보다 싼 ‘우호가격’으로 조선을 지원해 왔다. 그러던 쏘련이 붕괴되면서 더 이상의 지원이 불가능하게 되자 조선은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하게 됐다.”

더구나 경제가 어려워진 사회주의 나라들이, 먼저 무역을 하고 나중에 계산하는 기존의 ‘청산결제’를 폐기하고, 무역을 할 때마다 돈을 지불하는 ‘경화결제’로 무역방식을 바꾸면서, 조선의 대외무역은 더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익표 연구원은, 한국개발연구원 조선경제리뷰 2008년 5월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1990년 11월에 조선과 구쏘련 간에 무역결산체계 변경에 관한 협정과 1992년 1월에 조중 간에 무역협정이 체결되면서 조선과 이들 국가들과의 결제방식은 청산결제에서 국제시장가격에 의한 경화결제방식으로 전환되였다. 이때부터 조선은 자재를 비롯한 각종 재화를 수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생산된 재화 역시 이들 시장으로의 수출이 쉽지 않게 됨에 따라 대외무역 전반이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청산결제는 외화가 부족해 바로 돈을 지불하지 못하는 나라들에게 유리한 제도였습니다. 조선에게도 마찬가지였는데 청산결제 방식이 중단되면서 대외무역이 감소했고 자재와 에네르기 등을 들여오기가 어렵게 되였습니다. 그 결과 전력생산이 감소되고 공장 가동이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다시 식량생산 감소로 이어지면서 결국 조선은 고난의 행군을 맞이하게 됩니다.

물론 변화된 국제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 당국이 아예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라진선봉지대와 개성, 신의주 등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외국 자금을 끌어들이려고 시도하기도 하고 기존 사회주의 나라들 대신에 타이와 인도네시아, 유럽련합 등으로 무역거래를 확대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김일성 저작선집에 나온 김일성의 발언에서도 이것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난 시기에는 사회주의 시장을 기본으로 하여 무역을 발전시켜 왔는데 이제는 사회주의 시장이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게 되였습니다. 쏘련이 붕괴되고 거기에 자본주의가 복귀되였으며 동구라파 사회주의나라들도 붕괴되여 자본주의 길로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주의 시장을 기본 대상으로 하던 무역정책을 자본주의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무역정책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또한 1998년에 무역법을 제정하고 가공무역의 확대를 모색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개혁개방정책을 내오지 않고 시늉만 내는 방식으로는 경제를 되살릴 수가 없었습니다. 라진선봉특구도 실패했고 이후 추진했던 신의주특구는 시작도 못한 채 끝나 국제적으로 망신만 당했습니다. 그나마 남조선 당국의 지원으로 개성공업지구가 겨우 지탱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언제 사업이 중단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 김정일 정권이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무능으로 일관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김정일 정권은 경제파탄으로 민심이 악화되자 선군정치를 앞세워 그나마 남아 있는 자원마저 모조리 권력유지를 위해 투입했습니다. 결국 조선 경제는 자체적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였고 외부 세계의 지원이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기형적인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계속 조선의 대외무역 실태를 통해 조선 경제의 현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선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를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인용 및 참고자료>
통계청 홈페지 - 조선 경제의 현황과 전망
프레시안 ‘2006 북한은 어디로’ - 북한의 무역과 경제위기 - 한국은행 이영훈 연구원
조선경제리뷰 2008년 5월호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익표 연구원
김일성 저작선집 4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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