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

등록일 2014.03.06


남: 네, 이번 시간에는 입이 있어도 말 못하는 북한 인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속 시원히 풀어드리는 시간입니다.

여: 네 오늘 리태성동무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꽃제비”입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입이 있어도 말 못하는 답답한 가슴, 리태성이 풀어드리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꽃제비’ 이런 제목으로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년말 서울역 앞 통일광장 기도회에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북조선에서 온 한 여성 탈북자 박사님이 크리스마스를 맞으며 약과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성탄절도 모르고 지내는 북조선 어린이들에게 지원물자를 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수시로 날아드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행동이 너무도 수상해서 물어보니 그들은 서울역 로숙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여 어떤 구호단체나 자선단체에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누어주는 행사로 잘못 알고 덤비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소문이 퍼졌는지 저쪽 옆에 어느 선교단체에서 자선물자를 공급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거기에는 로숙자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살펴보니 한결같이 솜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과 행동도 그다지 축이가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힘들어하고 지쳐 보이는 로숙자들과 병약자들은 혹시 어디에 있겠지만 서울역 로숙자들은 꽤 건강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들을 많이 동정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젠 대한민국도 복지사회여서 정부적인 보호기관이나 자선단체에서 조직적으로 돌보기를 바라며 거기에 기부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길거리 로숙자들은 별로 얻어먹을 것도 없고 기관이나 단체에서 조직적으로 구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가는 곳마다 많은 교회들에서 로숙자들을 위한 무료 급식을 실시하다보니 건강한 로숙자들은 자기만 움직이면 밥을 굶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움직이기 힘들어하는 독거로인, 즉 홀로사시는 로인들이 더 힘든 편이며 장애인이나 병약자들은 모두 료양보호시설에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동정을 표하는 사람들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그 광경들을 보느라니 불쑥 고향생각이 났습니다.

북조선에는 로숙자라는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로숙자는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밥은커녕 죽도 없고 주워 먹을 밥 부스러기조차도 없습니다. 주워 입을 옷도, 의지할 훈훈한 지하철도, 기차역도 없습니다. 로숙자들은 길가에서 잠자며 생활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북조선에서는 로숙자를 공식용어로 방랑자 라고 부르며 민간에서는‘꽃제비’ 라고 부릅니다. 꽃제비라는 용어는 북조선 사전에도, 전 세계 어느 나라 사전에도 없습니다. ‘꽃제비’에는 방랑고아, 로약자, 병약자, 무직 방랑자등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이 포함됩니다. 그들을 구제할 자선단체 같은 것은 북조선에 없습니다.

나라에서 다 도맡아 한다고 하면서 통제하니 무슨 자선단체가 있으며 자선단체라는 용어자체가 썩어빠진 자본주의 나라에만 존재하는 적대적인 용어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3백만 명의 아사자와 행방불명자가 창출되면서 기아가 휩쓸었던 90년대 말부터 북조선에서는 각 도, 시, 군에 구호소라는 꽃제비 관리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고아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과 세계 양심적인 사람들이 보내는 지원 물품은 거기까지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인계받고 인수받는 사람들 자체가 기아와 빈궁에 허덕이다나니 그네들의 배를 먼저 채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극도로 쇠약해진 군인들을 우선 먹여 살려야 했습니다. 다음에는 이를 도용한 간부들과 당 관료들의 굶주린 욕심을 한껏 채워야 했습니다.

결국 구호소는 꽃제비들의 식·의·주 는 해결 못하고 그들을 구속하는 구치소로 변하고 말았고 이를 거역한 꽃제비들은 그곳을 탈출하여 자유롭게 빌어먹는 길을 택했으며 기운이 있는 대로 훔치고, 도적질하고, 빼앗는 행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북조선의 꽃제비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탈북자분들이 북조선의 꽃제비들에 대하여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아무리 설명해도 이들은 꽃제비 문제는 로숙자 정도로밖에 생각 못하며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또한 지금 북조선의 꽃제비 문제가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기독교 단체들에서 꽃제비들의 탈북과 구출사역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전에도 그들을 구제하고 먹여 살려 보려고 조선 그리스도 련맹이나 정부를 통해 지원물자를 보내 보았지만 그래도 속출하고 있는 꽃제비들과 아사자들을 보면서 더는 정부나 기만적인 조선 그리스도 련맹이라는 허울을 쓴 북조선 기독교 단체를 더는 신뢰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제 이 심각한 꽃제비 문제를 푸는 길은 북조선 당국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꽃제비 방랑자들을 구제한다고 대외에 손을 내미는 기만동작을 그만두고 간부들부터 자신들의 호화로운 집을 내고 그들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름진 밥상에서 기름기와 진을 빼내어 광장마다 밥솥을 옮겨놓고 밥을 퍼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도 원색적으로 비난하던 남조선에서 꽃제비 구출과 사역을 시도하며 도우려 하는데 과연 위정자들은 창피하다는 말 자체를 모르다 못해 파렴치하기 그지없습니다.

참으로 야속한 일입니다. 북조선 당국은 심각한 꽃제비 문제 때문에 당하게 될 커다란 정치적 참패를 핵실험 중단과 탄도미사일 발사시험 중지로 만회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부디 부디 당부합니다. 명심하세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그날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자 리태성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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