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 7년이 나에게 준 것들

등록일 2013.12.24

한국에 와 처음 내 손에 쥐어진 신분증 하나. 그걸 보는 순간 마음이 짠하고 슬프고 또 한편으론 기뻤다. 겨우 자신의 이름과 나이, 주소가 적혀 있는 카드일 뿐인데 그 신분증이 있음으로 해서 나도 이제 한국의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나라 국민이라면 당연히 갖게 되는 신분증이 나에게는 마법같은 선물이었다. 대한민국국민 신분증을 손에 쥐고 나니 가족과 고향을 떠나 목숨을 걸고 살길을 찾아 헤매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시린 기억을 가슴에 새기고 나는 제2의 고향에서 첫걸음을 시작하였다. 그게 벌써 7년 전의 일이다.

처음 2년간은 학원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시간제 일을 하였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나이도 어린데 시키는 일들을 마다않고 잘 한다고 동료들은 나를 예뻐해 주었다. 그런데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게 바로 이런 것 때문인가 보다. 동료선배들이 나를 예뻐한 이유가 다른 사람에게는 밉보이는 이유가 된 것이다. 우리 팀을 총괄하던 팀장은 들어본 적도 없는 사투리를 쓰는 어린 내가 허드레 일도 군말 없이 하는 걸 보면서 ‘그래 어디까지 하는가 보자’는 식으로 나를 죄어왔다. 내가 팀장보다는 선배들과 더 친하고 마음을 터놓고 하는 모습이 눈 밖에 난 것 같았다. 그렇게 그곳에서 1년 8개월을 일하다 결국은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지금 일하는 곳으로 옮겼다. 지난 4년 동안 긍지와 자부심으로 일했고, 동료들과도 잘 맞아 엇서지 않고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 다르다. 하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 앞선 경험에서 터득한 것이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 만난 언니들은 마치 친언니 같다. 혹여 도시락을 못 싸오면 자신의 도시락을 기꺼이 나누어 주고, 어디라도 아프면 함께 병원에 데려가 주면서 형제처럼 보살펴 준다. 모두의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응원해주는 언니들을 생각해서라도 난 여기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싶다. 나는 이런 언니들과 수다도 떨고 밥도 먹고 찜질방도 가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한 번은 찜질방이란 곳엘 처음으로 가 보았다. 황토나 맥반석같이 몸에 좋은 것들을 바른 방에서 높은 온도의 공기로 땀을 내도록 한 곳인데 여기 한국에는 냉온 목욕탕에 휴게시설까지 갖추고 영업을 하는 찜질방이 인기다. 나는 눈치껏 다른 사람들을 따라 들어갔다. 먼저 계산대에서 요금을 치르고 사물함 열쇠를 받는 것 까지는 좋았다. 여자 탈의실로 들어가자마자 작은 사물함이 보였다. 열쇠를 열고 입고 있던 옷들을 작은 사물함에 구겨 넣으면서 ‘아유, 왜 이리 작은 거야’ 라면서 투덜거렸다. 그리곤 안으로 들어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모두들 홀딱 벗은 나를 무슨 신기한 사람 보듯 하더니 다들 빵 터져 웃고 있는게 아닌가. 알고 보니 내가 옷을 벗은 곳은 탈의실이 아닌 신발장이었다. 너무 웃어 눈물을 닦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너무 창피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이야기를 들은 언니들은 너무 웃겨 배가 아프다고 난리들이었다. 이런 언니들을 흘겨보며 그만하라고 나무라면서도 내가 생각해도 너무 웃겨 나도 눈물을 흘리면서 함께 웃고 말았다. 웃기면서도 참 창피한 일이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배우고 깨지면서 그렇게 나는 성장하고 있다. 올해가 7년째니 내년에는 좀 더 성장하겠지, 아무렴! 받은 상처가 너무 아파 울기도 했고, 반복되는 실수에 허튼 웃음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 곁에는 상처받아 움츠러 들까봐 걱정해주는 언니들이 있다. 실수까지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언니들이 바로 내가 살아가는 힘이다. 그 힘으로 나는 한국정착 8년째의 첫 걸음을 다시 힘차게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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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7천 탈북자들의 한국살이 이야기 “내 생애 봄날”, 오늘은 김리랑 씨를 전화로 만났습니다.  

CM1 차가운 체리-성장통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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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배꼽잡고 웃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유연하고 능숙한 문장력에 감탄하였으며 통일된 그날에 너무나 기뻐할 님의 모습을 상상해보고 7000만 동포 누구보다 기뻤습니다. 통일의 그날까지 건강하세요.   14-01-03  | 수정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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