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번의 시행착오 끝에

등록일 2013.11.12

자유세계에 대한 새로운 꿈과 희망을 안고 대한민국에 귀순했다. 지난 5년간의 정착과정이 마치 영화화면과도 같이 흘러간다. 누구나 아름다움을 향유하고 자기의 이상과 꿈이 실현된 삶을 살기 바라지만 그런 삶은 누구에게나 차례지는 게 아님을  뼈저리게 체험한 5년이었다.

기본적인 한국정착 교육을 마치고 서울에 아파트를 배정받았다. 하지만 내 시작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처럼 삐걱거렸다. 눈앞에 펼쳐진 화려한 유혹에 빠져 본의 아니게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직업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수소문하던 차에 하루는 현관문에 붙어있던 광고지를 보았다. “월 300만원 보장!” 이게 웬 횡재냐 싶어 연락을 했다. 하지만 나보다 먼저 온 탈북여성의 꾐이었다. 세상에 아무 자격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 월 3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정착금으로 받은 300만원마저 모두 날릴 뻔했다가 담당형사의 도움으로 겨우 되찾게 되었다.

하지만 돈의 유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알고 지내던 이가라는 자가 내 명의로 차를 한 대 사 주면 2억원을 준단다. 그 돈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나라에 이민을 갔다가 5년만 있다 돌아오면 내 신용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다. 혹했다. 결국 3천만원짜리 중고차를 구입해주고, 주민등록 인감증명서까지 떼여주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기였다. 한국실정을 전혀 모르는 내게 접근하여 사기와 협잡을 치고 난 거기에 걸려들고 만 것이다.

나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한국에서도 살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사기꾼은 자동차 값으로 겨우 500만원을 쥐어주며 한국을 떠나라고 강요했다. 나는 내 꿈과 희망을 접고 피부와 언어, 문화가 다른 카나다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야 나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보장된 나라에서는 모든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그 결과도 모두 내가 책임을 져야하는 막중한 의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때늦은 후회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카나다에 내린 나는 이민브로커를 찾아 난민신청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카나다 정부에 영주권을 신청 하자면 내가 북한사람이라는 사실을 청문회를 통해 증명해야만 했다. 하지만 북한을 떠나올 때 아무런 신병서류도 가져오지 못한 나에게 북한출신임을 증명할 사진이나 신분증이 있을리 만무하였다. 결국 탈북자난민 자격을 심사하는 카나다 연방정부의 청문회에서 탈락하였다. 그리하여 한국을 떠난 지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문화가 같고 말이 통하는 그립고 그리운 대한민국에 다시 입국한 날은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는 작년 4월말이었다. 나는 수소문 끝에 해당 절차를 밟아 사기꾼들을 고발하고 국가에 개인파산신청을 하고 재기의 꿈을 키우고 있다. 국민들의 행복을 나르는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며 재생의 보람과 새로운 삶의 기쁨을 안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면서 자그마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이사과정에서 필요 없어 내놓은 중고가전제품과 중고가구들을 수집하여 이제 막 한국생활을 시작하는 탈북자들이나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 이웃들에게 배달해 준다. 작지만 나눔을 실천하는 삶에 진정한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이삿짐을 짊어진 내 등에 흐르는 땀만큼 나의 한국정착은 깊어지고 있다. 비록 중고지만 배달된 세탁기를 보며 환한 웃음을 나눠주는 이웃들을 보면서 사회가 더 따뜻해지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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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7천 탈북자들의 한국살이 이야기 “내 생애 봄날”, 오늘은 박시혁 씨를 전화로 만났습니다.  

CM1 김기하_나만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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