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등록일 2013.10.21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은 그가 아이이든 어른이든 할 것 없이 모두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컴맹’입니다. 저도 역시 그중 한사람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벚꽃이 진 자리에 애기살구 같은 파란 열매들이 수없이 달리던 초여름 어느 날, 저는 대한민국에 왔습니다. 물건이든 환경이든 새것은 모두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다가서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그랬습니다. 모든 것이 새것이기만 한 대한민국에서 저는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오랜 세월 마이크와 함께 해온 사람입니다. 때문에 한국에 와서도 나름대로의 꿈이 있었습니다. 북한의 실상을 사람들에게 똑똑히 알려주고 북한 밖의 세상은 아는 게 없는 북조선 인민들을 깨우쳐주는 방송원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나이 60이 다 되도록 컴퓨터를 전혀 모르고 살아온 저에게는 이것이 제일 큰 난관이었습니다.

총기가 있는 20, 30대도 아닌 제가 과연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나이 어린 사람들 앞에서 망신이나 당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하나센터의 선생님 한 분이 컴퓨터 학원을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저는 설렘 반, 기대 반으로 학원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주저주저하던 제 정착에 새로운 희망을 보았습니다.

수년간 이국땅에서 설움을 안고 살았던 저는 컴퓨터를 통해 위로와 사랑을 얻었습니다. 저는 오늘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낯선 한국 땅에서 지식이 되어주고, 가족이 되어 주고, 정착의 첫걸음이 되어준 컴퓨터 학원 선생님들의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제가 찾은 학원은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높은 빌딩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컴퓨터 학원이라는 겉모습을 넘어 탈북자들을 위해 애써 가르침을 주고 있는 원장선생님과 학원선생님들이 있었습니다. 학원에서는 컴퓨터라면 초보에 초보자인 탈북자들을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아 교재를 만들어 나누어 주었습니다. 선생님들도 우리 탈북자들은 특별히 신경을 써 가르쳤고, 배고프고 살길이 없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저는 그들의 진정에 깊이 빠져 들게 되었습니다.

컴퓨터를 배우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매번 ‘괜히 시작하지 않았나, 끝까지 다 배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생님들의 진정어린 마음과 교육태도를 보면서 나의 마음도 점차 바뀌게 되었습니다. 머리가 돌처럼 굳어버린 나 같은 사람들을 가르치자면 속이 상할 법도 할 텐데, 한 번이라도 짜증을 내거나 얼굴을 붉히는 선생님들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혹시 아픈 원생은 없는지 매일매일 챙겼고, 행여 한국사회에서 살면서 소외된 마음이 들까봐, 우울해 할까봐 상품까지 걸고 장기자랑을 조직해 주기도 했습니다. 간혹 맛있는 것이 생기면 학원에 다니는 탈북자들에게 돌려주었습니다. 먼 길을 에돌아 온, 집 떠난 자식을 위하는 엄마의 마음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학원을 졸업하는 한사람, 한사람의 연령과 특성에 맞는 직업을 소개시켜 주었고, 도중에 단 한 사람이라도 낙오하지 않도록 연계를 가지고 끝까지 책임지려 애썼습니다. 처음 컴퓨터를 배우려 했을 땐 냉정한 경쟁사회인 한국에서 어떻게든 정착에 성공하고 싶었고, 탈북자들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편견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학원을 다니면서 우리 탈북자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걱정해 주는 한국의 따뜻한 배려를 보았습니다. 그 덕택에 저는 한국이라는 새로운 땅에서 제가 하고 싶었던, 아니 반드시 해야 할 사명과도 같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정착의 첫 걸음을 뗄 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요즘 저녁에는 또 다른 학원에 다니고 있고, 지난 3월부터는 국제사이버대학에도 입학을 했습니다. 60을 바라보는 제가 감히 무엇을 믿고 이렇게 많은 것에 도전하고 있을까 생각할 때마다 저는 저와 같은 탈북자들이 현실에 좌절하지 말고 끝없이 배우고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꼭 이야기 해 주고 싶습니다.

북한의 모든 인민들이 저처럼 자유와 민주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 갈 그날까지 조선 인민들에게 정의와 진리의 소리를 전하는 이 마이크를 놓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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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7천 탈북자들의 한국살이 이야기 “내 생애 봄날”, 오늘은 김정현 씨를 만났습니다.  

1. 김정현씨는 아들이 둘이었습니다. 그러나 큰 아들은 군에서 전사했는데요. 전사한 아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없는 무책임함을 보고 당국에 큰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이후 중국으로 와서 방송을 통해 한국 사회를 알게 된 김정현 씨는 자유가 없는 조선으로 다시 돌아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절박한 마음으로 자유의 땅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한국에 오고 보니 조금 더 빨리 올 걸 하는 후회가 됐다)  
 
2 김정현 씨에게 한국에 첫 느낌은 어땠을까요
(모든게 새롭고 모든게 행복하고 감동적이었다)

3. 자유가 있는 한국에 산다는 것이 참 행복했지만 은행이나 동사무소에서 행정적인 일을 처리해야 할 때 용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힘들기도 했습니다.
(언어차이 때문에, bank가 무엇인지 은행을 코앞에 두고 헤매기도 했다)

4 조선에서 방송원으로 일을 했던 정현씨는 한국에서도 라디오 방송국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나원을 나오자마자 대북 라디오 방송 소개를 받고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다)

5 조선에서도 한국에서도 방송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정현 씨, 조선과 한국의 방송은 어떻게 다를까요.
(조선에선 늘 정권을 선전하는 방송만 했지만 지금은 일상생활을 청취자와 나눌 수 있다는 게 즐겁다)

6 김정현씨는 아들 그리고 친정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왔는데요. 아들은 영화배우를 꿈꾸며 연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연기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처음엔 반대도 했었다는 데요. 
(자본주의 세상에 와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갖길 원했다. 그러나 자유가 있는 곳에서 무엇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은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7 정현씨는 인터넷으로 공부할 수 있는 사이버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노인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는데요, 대학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은퇴 후에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8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김정현 씨, 통일이 되면 방송국을 세워서 인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일단 고향에 가서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고 또 방송국을 세워서 인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다)

CM1 정민_눈을 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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