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북한 민주화의 기지로 삼은 탈북자들

등록일 2013.08.29

 

저는 서울에서 북한 사람을 처음 만났습니다. 벌써 10년 전 이야기인데요, 처음에는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체제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과 문화도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말도 알아듣기 어려웠고, 종종 감정이 상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해 못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밥 먹고, 이야기 하고, 일을 같이 하면서 서로에 대한 차이도 좁혀지고 이해도 되더군요. 저를 만났던 탈북자들도 비슷한 심리 상태를 겪었을 겁니다.

탈북자들을 만나면서 늘 드는 생각은 정착이 참 쉽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도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은데, 수십 년간 다른 곳에서 살다온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한국 정부에서는 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집과 의료지원, 취업을 도와주고 있지만 정착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서 생활을 꾸려가고 자기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탈북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어렵다는 박사 학위를 딴 사람도 있고, 한국 최고의 대학에 들어가서 당당히 경쟁하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해도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며 가족들을 보살피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을 보면 영웅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이중으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먼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지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적응하기 까지 한 3년은 걸린다고 합니다. 말부터 시작해서, 문화, 가치관,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해 알고 이해하고 그것을 습득하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는 말입니다. 이 과정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방황하기도 하지요.

다른 어려움은 떠나온 고향에 대한 부채 의식입니다. 그나마 가족이 함께 온 경우는 고통이 덜하지만 부모형제가 북한에 남아 있을 경우 죄의식을 많이 느낍니다. 자기만 잘 먹고 사는 게 늘 걸리고 고생할 가족을 생각하면서 잠도 못 이루는 탈북자들도 많습니다. 술을 먹어야만  잠을 잘 수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많은 탈북자들이 고향에 두고온 가족들과 친지들을 잊지 못해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아 있는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오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북한에 돈을 보내주기도 하지요.

제가 듣기론 과거 재일 동포들이 일본에서 들어오는 돈 때문에 잘 살았을 때는 후지산 줄기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하던데, 요즘에는 한라산 줄기라는 말이 나왔다지요. 그만큼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북한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말 일겁니다.

탈북자들은 경제적인 도움 외에도 고향 사람들을 수령 독재아래서 구원하고, 경제재건과 민주화를 준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인간의 기본권리를 누리지 못한채 수령의 노예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용감한 탈북자들의 증언덕분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황장엽 전 중앙당 비서는 날카로운 논리와 통찰력으로 북한 체제의 본질을 밝혀 김정일 정권의 실체를 알리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아울러 탈북자들과 남한의 뜻있는 인사들과 함께 김정일 독재에 맞서 반독재민주화 투쟁을 치열하게 벌였습니다. 지금도 황장엽 비서의 뜻을 계승한 탈북자들이 북한 사회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수령 독재체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동시에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체험한 사람입니다. 어떤 사회가 북한 인민들에게 유리한지 온몸으로 느끼면서 북한의 변화가 생겼을 때 인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전략과 실현방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변절자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탈북자들은 한국을 민주기지로 삼아 북한의 변화와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뜻있는 한국의 동포들도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물결에 북한 동포들의 힘까지 합쳐진다면 수령 독재체제는 빠르게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그만큼 북한 주민들이 자유와 풍요를 누릴 날도 빨리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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