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기쁨을 알다

등록일 2013.08.05

내 생애 봄날, 오늘은 탈북자 이설주 씨 이야기입니다.

장미의 계절이라는 오월은 나에겐 좀 특별한 달이다. 어린 딸을 등에 붙잡아 매고 그 지긋지긋했던 중국 땅을 떠나기로 작정한 때가 바로 오월이다.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보위대의 섬뜩한 눈초리를 피해 낯설고 물 설은 이국땅으로의 탈출. 나는 그렇게 조국도 부모형제도 버리고 대한민국을 찾아온 새터민, 탈북자이다.

새터민 교육시설 하나원에서 한국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다. 같은 조선말인데도 모르는 말이 왜 그렇게 많은지,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하지만 당해보면 살게 되고 또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여기저기서 직장알선을 받았고 마침내 고속도로 요금소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일보다 만 3살 된 딸이 걱정이었다. 하루 3교대를 돌면서 일을 해야 했는데, 근무시간이 저녁일 때는 어린 딸을 남겨두고 직장에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어린것을 혼자 남겨둬야만 하는 게 부모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늦게까지 돌봐주는 어린이집은 없었고, 당시 한국말이 서툰 어린 딸을 24시간하는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혼자 남겨지는 것이 무섭다며 아파트 베란다 창살을 붙잡고 안쓰럽게 울어대는 어린 딸의 울음소리. 엄마가 저 멀리 사라지는가 싶으면 울다 지쳐 잠이 든다. 엄마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피눈물이 나는 일이었다. 이런 내 사정을 눈치 챈 회사와 주변 동료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면서 차츰 생활도 안정이 되어갔다.

목숨을 걸고 찾아온 한국. 그러나 항상 나를 반기며 우호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빨리 한국생활에 적응해야 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를 섞어가며 업무 지시를 하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고, 한국 사람들의 질타와 싸늘한 시선에 어쩔 수 없이 소심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탈북자들이 더부살이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나도 할 수 있다며 수없이 나를 다그쳤고, 한국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위해 무진 애를 썼다.

멀리서 달려오는 차들의 요금을 실수 없이 계산하려면 수많은 차의 종류도 다 익혀야 했다. 수없이 실수를 했지만 그 많은 차 종류를 익히기 위해 정말이지 열심히 공부했다. 또 한 번도 컴퓨터를 만져본 적이 없는 난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어차피 업무를 처리하고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컴퓨터는 필수였다. 남들 어께너머로 배우기를 수개월, 이젠 문서도, 서류도 척척 해내는 내 모습에 나 자신이 무척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한국에 와서 난 아낌없이 배려해주고 지원해준 따뜻한 사람들 덕에 잘 정착할 수 있었다. 그 고마움을 알기에 나도 이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을 따라 ‘자원봉사’라는 것을 시작했다. 자원봉사라는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른 채 따라나선 그 길에서 나는 직장인, 학생, 가정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누는 마음을 가지고 사회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보면서 내 비록 가진 게 별로 없지만 이 사회를 위해 뭔가를 보태고, 베풀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회에도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내가 이들에게 작은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쉬는 날에는 밀린 집안일에 녹초가 되어 피곤하다. 하지만 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면 누워있는 것도 사치로 생각될 때가 있다.

오늘도 난 자원봉사를 위해 집을 나선다. 미약한 힘이지만 사회를 위해,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는 내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알게 해준 대한민국에 감사하다.

CM1 노사연_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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