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려놓고 나니 세상이 보였다

등록일 2013.07.22

한국에 온지 10년, 내 나이 어느덧 30대 중반이 다 되었다. 지난 10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한국에 와서 처음 5년은 참 무던히도 흥청거리며 살았다. 백화점에 걸린 아롱다롱 옷가지들에 홀려 반 년 만에 물건사재기 중독에 걸리고, 이 친구 저 친구들과 모임에 휩쓸려 다니며 놀았다. 냇물 졸졸 흘러가듯 정착금을 1년 만에 모두 탕진하고 나니 앞이 막막하였다.

이차저차 아는 사람을 만나 ‘북한예술단’에 들어갔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했다. 특별한 기교나 재주가 없어도 선배들이 가르쳐 주는 대로 음률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 되었다. 연일 한국경제가 불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그럴수록 장사하는 사람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행사를 벌렸다. 덩달아 우리 예술단의 발바닥에도 불이 났다. 돈이 들어왔고 물건사재기 중독이 다시 시작되었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동안 하나원을 함께 졸업한 친구들은 벌써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돈이 최고라는 예술단 언니들, 그리고 공부하는 대학친구들. 이 두 집단을 오가며 만남을 가질수록 너무도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대화의 주제도 달랐고 서로가 공감하는 것도 달랐다. 대학생 친구들을 만나면 돈이 아닌 이 나라의 사회, 경제, 문화 전반의 것을 이야기하고 토론하였다. 하나원 시절엔 사소한 일까지 내가 옳다거니 니가 옳다거니 하며 서로 팽팽히 의견을 나누었다. 하지만 난 더 이상 동기생들과 섞일 수가 없었다. 대화에 낄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한국사회에 대한 내 지식과 경험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배움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음을 실감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버는 맛을 알아버린 나는 수입도 없이 책을 끼고 살아야 하는 학생의 길을 가기가 싫었다. 누구하나 간섭하는 사람 없이 자유롭게 사는 것을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능력이 있는 남자를 만나면 미래 걱정 없다”는 언니들의 말과, 나이도 먹었겠다 이젠 짝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몇 번 선을 봤다. 그리고 마음이 편한 북한출신 남자를 만났다. 그러나 많은 북한 출신 탈북자 남성들이 그런 것처럼 내가 만난 남자도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챙겨주지 않으면 안 되는 전형적인 북한남자였다. 식당에서 여성을 배려하는 것은 고사하고 제 손으로 뭐 하나 살 줄도 몰랐다. 심지어 그의 가족들은 한 술 더 떠 무조건 남자에서 복종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으로 나를 조여 왔다. 내가 경제적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둘째문제였다. 그 사람과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와는 작별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이별의 아픔이 점점 사라질 쯤, 이번에 나보다 14살 많은 한국출신의 남자를 만났다.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좋은 아파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었다. 좋은 집과 외제차, 그가 만나는 사람들도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좋은 남자를 만나면 팔자 편다’는 언니들의 말이 다시 생각났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남자친구의 권유로 예술단 활동도 그만두었다. 그와의 관계는 여전히 좋았다. 때마다 사주는 선물에 쇼핑, 영화도 보고 맛골목도 찾아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처음 1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은 달콤했고, 그 다음해는 그의 가족들과 친하게 지내느라 바빴다. 3년째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위기가 찾아왔다.

소통이 문제였다. 세상물정, 사회물정을 알만큼 아는 남자친구는 이런저런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주었고 나와 그것들을 나누고 싶어 했다. 하지만 예술단에서 배운 춤이 내가 아는 전부였던 나는 그저 옆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나는 그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고, 때론 내 주장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남자친구는 점점 나와의 관계에 재미를 잃어갔고 결국은 다툼이 빈번해졌다. 결국 한국 출신 남자친구와는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그렇게 끝이 났다.

나는 새로운 한국사회를 제대로 배우려 하지 않고 늘 누군가가 다가와 가르쳐주고 챙겨주길 바랬다. 그랬던 나였기에 한국이라는 세상과 그리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풀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벌써 하나원 동기생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만 했다. 더 이상 나도 희망 없이 살고 싶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르다던 말이 생각났다. 나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대학교에 들어갔고 정말로 열심히 공부했다. 후회 없는 대학시절을 보냈다. 세상의 이론과 이치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훌륭한 교수들 밑에서 그것들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공부는 힘들었지만 비로소 나도 대한민국의 당당한 일원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많이 설렌다, 다시 사회로 나가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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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7천여 탈북자들의 한국살이 이야기 “내 생애 봄날”, 오늘은 정수희 씨를 만났습니다.     

17살에 부모님을 따라 탈북한 정수희 씨는 중국에서 체류하던 중 공안에게 잡혀 북송되는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힘든 시간을 거쳐 한국에 왔을 때 맥이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슴이 뻥 뚫리고 맥이 풀리는 것 같았다) 

수희 씨는 한국에 와서 의식주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제일 좋았다는데요. 처음엔 나라에서 주는 정착금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부의 지원이 참 고맙다고 말합니다.
(무상 분배에 익숙해서 지원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부에 감사하다)

수희 씨는 한국에 왔을 때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궁금해서 주민등록증을 받고 한 달 만에 일을 시작했습니다. 
(돈을 빨리 벌어보고 싶었다)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이 백화점에서 옷을 파는 일이었는데요.
(이름이 찍힌 월급 통장을 만들고 한참을 바라봤다)

옷에 대한 용어를 잘 몰라서 소통도 쉽지 않았고, 고객을 최고로 대해야 하는 판매원의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의 텃새, 차별)

대학에 가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요했던 정수희씨는 일반 고등학교에 편입해서 5개월 동안 학교를 다녔는데요, 한국 고등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의 고등학교 과정이 너무 어려웠다)

탈북자 특별전형으로 외국어 대학에 들어가 중국어를 전공하게 됐지만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 2년 만에 정말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이 생겼다는데요.
(부동산과 패션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희 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보다 지금 고민이 더 많다고 합니다.
(미래에 대한 고민)

현재 탈북자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수희 씨는 앞으로 적성을 살려 새로운 직업을 찾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노인이 됐을 때 스스로 후회 없이 열심히 살고 싶다)

CM1 윤태규_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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