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를 배우다

등록일 2013.07.15

단풍이 무르익어가던 가을의 어느 날 ‘하나센터’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반갑게 받아보니 주말에 문화탐방 행사에 함께 가자고 한다. 북한에 있는 가족을 아직 데려오지 못해 주말이 되어도 함께할 사람이 없어 외롭게 보내야만 했던 나에게는 그야말로 기쁜 소식이었다. 남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단독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혼자 사는 처지에 외출까지 혼자 하는 게 싫어서 집안에만 꾹 박혀 지내고 있었다. 경치 좋은 제주도에 살고 있지만 이렇게 함께 하는 행사 때나 제주도 관광에 나섰다.

아무튼 어린 아이가 된 심정으로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다 약속장소에 갔다. 만나면 반갑고 대화가 통하는 탈북자 친구들과 만나니 마음이 한껏 들떴다. 평상시의 나답지 않게 시끄러울 정도로 수다를 떤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어느덧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하고 있는 ‘동백동산’에 도착하였다.

이날 우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주생태관광여행사에서 도움을 주었다. 여행사 해설원이 말하기를, ‘동백동산’은 제주의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된 곳이며 이곳에는 20년 이상자란 동백나무 10만 그루가 숲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고 했다. 해설원의 설명을 듣고 드디어 ‘동백동산’ 탐험에 나섰다. 나는 언제 가면 멋지고 희한한 경치가 나올까 하는 궁금한 마음이 앞서 부지런히 걸어가는데 아무리 걸어가야 길옆에 나무들뿐이고 내가 기대하던 그런 경치는 나타나 주지를 않았다.

북한에서 먹고살기 위해 산과 들을 메주 밟듯이 다니며 자연과 함께 살아온 나에게는 이런 것이 별로 신기하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곳이 왜 기념물로 지정되고 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이곳 동백동산은 생태습지로 지정된 지역으로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곶자왈’ 이라고 한다. 영어 울렁증이 있던 나는 처음엔 곶자왈 이란 말도 외래어인줄 알았다. 곶자왈은 옛날 화산이 분출할 때 흘러나온 용암과 나무와 덩굴식물이 뒤섞어 수풀처럼 어수선하게 된 것을 말하는 제주도 방언이었다. 자연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그 가치는 평가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생태를 관찰하고 건강을 찾기 위해 이곳을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이런 곳에 와서  빼어난 경치를 찾고 있었으니 찾을 리 만무했다.

나의 무지가 좀 부끄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또 한 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자연을 대하는 데서도 남과 북의 문화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요즘엔 생태계가 많이 파괴되어 이 곳 동백동산에서 동백나무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대신에 생활력이 강한 나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단다. 종가시나무, 후박나무, 말오줌때 나무, 황칠나무 같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수많은 나무들에 대한 상식을 주워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잎을 뜯어 비비면 말오줌 냄새가 나서 붙여졌다는 말오줌때 나무를 보면서는 차마 그 냄새를 맡을 용기가 안 나서 얼른 지나치기도 했다.

생소한 나무들에 대해 서로 묻고 배우며 걷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여럿이 보였다. 길이 험해 자전거 타기 위험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유산소 운동을 위해 공기가 좋은 이곳을 찾은 거란다. 한국에서는 산악자전거 동호회가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산에서 자전거를 탄다. 이것 역시도 북에서 온 나는 생소하기만 한 한국 사람들의 문화였다.

이곳 동백동산에는 여기저기 작은 습지연못이 많았는데 우린 그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잠시 휴식을 가졌다. 옛날 같았으면 이런 습지연못은 무심코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좀 배우고 나니 이 연못도 그냥 평범한 연못이 아닌 자연의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우리의 소중한 자산으로 느껴졌다.

오랜만에 탈북자들과 만나 외로움을 달래보자 시작했던 문화탐방이었다. 하지만 탐방을 마칠 때쯤 되자 이제야 제대로 제주도민이 된 것 같았다.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과 문화를 배우고 나니 이제는 나도 주민들에게도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나는 매일매일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배우며 그저 탈북자가 아닌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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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7천여 탈북자들의 한국살이 이야기 “내 생애 봄날”, 오늘은 김천하 씨를 전화로 만나봅니다.   

CM1 연변노래_타향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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