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는 대한민국의 특별함이고 다양함이다

등록일 2013.07.08

나는 2002년 한국에 왔습니다. 하나원에서 정착훈련을 받을 때 “정착이란 한국 사람처럼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하더군요. 나는 이 말을 한국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한국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말도 서울말로 하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어색했지만 자꾸 해봤더니 그런대로 익숙해져 갔습니다. 생각하는 방식도 살아가는 방식도 한국 사람처럼 되고자 했습니다. 같은 탈북자들을 멀리하고 한국 사람들과만 친하게 지내고 어울려 지냈습니다. 그래서 뒤에서 원망도 많이 샀습니다. 그래도 이 나라에 빨리 잘 정착해서 살아가려면 이 길이 옳다고 생각했기에 고집스럽게 그렇게 살았습니다. 또 열심히 공부해서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도 졸업했습니다. 4학년 마지막 졸업학기에는 울산에 있는 SK그룹 계열사에서 실습사원으로 몇 달간 일을 했습니다. 함께 일했던 회사원들은 나를 칭찬해 주었습니다.
“전혀 탈북자 같지 않아요”
“이질감이 전혀 들지 않네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되는구나, 정착이 멀지 않았구나 성공이 멀지 않았구나.

나는 탈북자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나 자신을 평가받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한국 청년들이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했습니다. 기본적인 업무 능력을 갖추기 위해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엑셀, 파워포인트와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인터네트 홈페이지 제작, 동영상 편집까지 일반 사무직 직원이 갖추어야 할 그 이상의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비교적 괜찮은 직장을 얻었고 사무실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직장에서도 언제나 한발 먼저 생각했고 한발 먼저 행동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적당히 해도 나는 더 열심히 했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열심히 뛰어 다녔고 밤늦게까지 일을 했습니다. 성실함과 업무 능력, 대인관계 모든 면에서 칭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수입도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고 생활은 점점 풍성해져갔습니다. 나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 내 생각이 맞았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구나.” 그러나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3년 후 승진의 기회가 왔을 때 회사는 나를 외면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저의 부하직원이 올라갔습니다. 열정도 실력도 그저 그런 친구였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북한에서 왔고 그는 이곳 태생이었습니다. 나는 분노했고 좌절했습니다.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와르르 허물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직장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왔고 서러웠습니다. 겉으로는 태연하려고 애쓰면서도 마음으로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저의 가족의 모든 생계 문제가 그 직장에 걸려 있었습니다. 저의 집도 자동차도 높은 연봉도 다 직장에서 해결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사표를 쓰고 나왔습니다.
 
할 일이 없어 공원을 걸으면서 깊이 생각했고 깨달았습니다.
“실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력으로도 되지 않는 게 있구나. 나는 한국인이 될 수 없구나. 이들에게 나는 영원히 탈북자로구나. 내가 한국 사람처럼 말하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나를 한국 사람으로 받아 주지 않는구나. 곁에 두기에 불편한 사람이었구나. 나는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었구나.....”

나는 다시 탈북자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탈북자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일하고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마음이 편합니다. 멀리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온 기분입니다. 여기가 내 자리구나. 나는 탈북자이며 이것이 내 정체성이로구나. 이것은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지워지는 것이 아니었구나. 이때부터 나는 당당해 졌습니다. 남한 사람들을 만나면 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저 탈북자예요.. 그래서 부족한 것이 많아요.. 다른 점도 많구요...하지만 이렇게 당신들과 살고 있잖아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
그랬더니 오히려 한국 사람들도 더 친근하게 다가왔고 가까워졌습니다. 10년 이상의 방황 끝에 저는 소중한 것을 얻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는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도 있지만 대구, 광주, 제주도 같이 지방출신들이 더 많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정체성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숨기려 하지 않습니다. 말투를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각기 다른 지방출신 서울사람들로 삽니다. 아무 불편함 없이 말입니다. 사실 가난한 나라 북한사람이라는 것도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부끄럽게 생각했기에 내가 추해졌을 뿐이었습니다. 한국사람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북한 출신 서울사람이어야 했던 것입니다. 제주도 출신 서울사람처럼 말입니다.

정착이란 한국 사람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탈북자의 삶을 찾는 것이고,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찾는 것이었음을 알았습니다. 탈북자라는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특별함이며 또 하나의 다양함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다양함 속에서 서로 어우러져 사는 것이 진정한 하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애써 지우고 붕어빵처럼 똑 같아 지는 것은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잃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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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7천여 탈북자들의 한국살이 이야기 “내 생애 봄날”, 오늘은 김성민씨를 만났습니다.  

조선에서 있을 때 중국에서 전자 공학을 공부했던 김성민씨는 식량을 구하러 중국에 왔다가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조선에 있을 때 한국의 라디오를 들으면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동경하기 시작했습니다.
(라디오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됐다.)  

한국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한국에 와보니 좀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외형적인 부분은 실망했지만 삶의 질이 높은 곳이라고 느꼈다)

김성민씨는 한국에 온지 8년이 지나서야 한국 사람들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게 됐습니다.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황당한 일을 겪을 때도 있었는데요.
(면접을 보고 ‘나중에 봅시다’라는 말에 합격한 줄 알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보자’는 불합격의 뜻이었다)

한국에 와서 처음 1년 동안은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돈을 벌다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기대했지만 한국의 대학생활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각자 스스로 수업을 받으러 다니는 체계가 적응하기 힘들었고 수업도 알아듣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도 했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직장을 포기하고 신학대학원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목회자의 길을 가게 됐다)

열심히 노력해도 북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떨어질 때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좌절했지만 그 일을 계기로 한국 사람이 되려하기 보다는 북한 사람으로서 특별하고 독보적인 길을 만들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국 사람이 아닌 북한 사람으로서의 갈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목회자로 살고 있는 김성민씨에게 신앙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습니다.
(공부에 대한 행복을 알았다)

정직과 겸손 그리고 나눔의 삶의 방식을 가르치는 참 교회를 조선에 세우는 것이 꿈이라는 김성민씨, 김성민씨의 소망대로 조선 사회에도 아름다운 교회가 세워지길기도합니다.  

CM1 _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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