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등록일 2013.06.03

하늘도 가없이 맑고 푸른 3월이다. 대학 교정 여기저기에 봄 내음이 가득하다. 봄나물보다 더 풋풋하고 청순한 새내기 신입생들이 교정 한 가득 생기를 더한다. 부푼 꿈과 희망, 호기심을 안고 교정에 들어서던 때가 어제만 같은데 나는 벌써 대학 졸업반이다.

한국입국 6년차,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는 한반도 최북단 온성군에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슬하에서 자랐다. 그러다 어머니가 먼저 탈북 했다. 식량 구하러 갔던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자 나는 졸지에 고아가 되어버렸다. 친척집을 전전하며 서러움의 눈물 속에 보냈다. 그때 나에게는 사춘기라는 말 자체가 사치였다. 어찌어찌해 중국에 계신 어머니와 연락이 닿았다. 그리고 운명의 2004년. 나는 두만강을 건넜고 어머니와 재회했다. 중국에서 몇 년간의 도피생활을 거친 끝에 동남아를 경유하는 먼 여정 끝에 2007년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왔다.

삶의 닻을 한국에 내리기는 했지만 마음속은 더 혼란스러웠다. 북한에서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그 같은 환경에서는 체념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환경에 순응해 희망 없는 삶에 굴복하고 묵묵히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 선택의 폭이 넓었고 다양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많은 것이 더 어려웠다. 모든 것을 자신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북한보다 훨씬 발전되고 빠른 한국사회의 모습은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

과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할까? 하루에도 수 십 차례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고민을 해봐도 뾰족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20살에 북한의 고등중학교 중퇴인 내가 고등학교를 가자니 그건 아닌 것 같고, 취직을 하자고 보니 아무런 기술도 경력도 없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보다 1년 먼저 한국에 먼저 온 이종사촌오빠가 무조건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나이가 어리니 공부부터 하고 그다음 취직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시절을 거치며 부모도 없이 친척집을 떠돌면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나는 공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그렇다고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테이블에 음식을 내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빵집이었다. 북한에서부터 요리하기를 즐겼던 나는 제과제빵 기술을 배워 빵집을 차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내 결심을 어머니와 오빠는 반대였다.

어머니와 오빠의 반대가 심할수록 결심은 더 굳어지던 그때 우연한 기회에 북한이탈주민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여명학교”에서는 탈북하여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서의 체류과정에 학업이 단절된 북한이탈주민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는 물론 대학입학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었다. 내 나이 또래의 학생들도 많다고 하는 것이었다. 혼자라면 엄두가 안 나겠지만 또래 학생들도 많다는 이야기에 내 마음이 열렸다. 어머니와 오빠도 적극 찬성이었다.

이렇게 나는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선생님들의 정성과 노력, 친구들과의 학교생활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변모시켰다. 공부에 재미를 붙인 나는 5개월 만에 중학교 검정고시과정을 마쳤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그리고 오가는 길에서도 나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또 다시 북한에서처럼 희망 없고 어두운 삶은 싫었다.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 준 이 땅에서의 삶은 폼 나게 살고 싶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본 사람은 인생을 논할 자격이 있다. 나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2년 뒤에는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마쳤다. 그해 재외국민 특별전형에서 나는 서강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에 동시에 합격했다.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이 눈물 속에 시들어 가던 나의 청춘은 대학교정에서 아름답게 피어났다. 기초가 부족하고 영어과목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지만 그럴수록 더 도서관에서 밤을 밝히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내 어린 시절의 그 추웠던 기억이 가슴 한 구석을 파고 들 때면 한없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북한에서 못다 했던 몫까지 다 합쳐 내 인생을 두 배, 세 배 더 열심히 살다보니 좋은 일도 많이 생겼다. 7학기 평균학점이 95점을 넘겼고 장학금도 해마다 받았다. 한 탈북대학생 단체에서 추천을 받아 미국에 단기 연수도 다녀왔다.

그리고 나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 나처럼 북한에서 불우한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보낸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교육자가 되는 것이다. 바로 내가 그들과 같은 과거를 살았지만 이 땅에서 꿈을 찾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산 증인이니까. 그런 꿈을 안고 바라보는 3월의 봄 하늘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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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7천여 탈북자들의 한국살이 이야기 “내 생애 봄날”, 오늘은 이설화씨를 만났습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돈을 벌기 위해 탈북하자, 이설화씨는 남동생과 함께 친척집을 전전하며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중국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한국으로 오게 되었는데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신세계 같았다)

설화씨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그녀의 나이는 20살이었는데요,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처음엔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처음엔 기술을 배워 직업을 가지려고 했지만 좀 더 멀리보고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대학 진학 준비)

설화 씨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는데요, 여러 가지 분야 중 중국어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게 된 이유)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했지만,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일부터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일까지 모든 게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체계에 익숙해지는 것, 학업을 따라가는 일에 대한 어려움)
 
설화 씨는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최선을 다해 공부했습니다.
(학업에 대한 열심)

한국에 온지 6년, 대학 생활도 하면서 공부도 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지만 아직도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땐 북에서 왔다는 걸 말해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있습니다.
(조선 출신 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직도 힘들다)

설화 씨는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요,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봉사 활동의 의미)

설화 씨의 마음 한편에는 북에 남아있는 남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요.  
(동생에 대한 미안한 마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설화 씨, 그의 행복한 삶을 응원합니다.
(자유로운 삶에 대한 동경)

CM1 녹색지대_사랑을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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