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꿈

등록일 2013.05.27

며칠을 아무것도 먹지 못하자 죽기 전에 인간다운 식사 한 끼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어머니는 여섯 살 난 나를 데리고 고향을 등졌습니다. 어머니와 난 1997년부터 5년간 강제북송과 탈출을 반복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기면서 자유의 땅 대한민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2002년 내 나이 열세 살 때였습니다.

중국에서 떠돌아다니며 살던 시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그렇게 부러웠던 나는 한국에 오자마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초등학교 5학년에 입학했습니다. 단 한 번도 학교에 다녀 본 적이 없었지만 중국에서 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러워했던 마음이 나에게 공부에 대한 열망을 심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 마음 하나로 바윗돌에 계란 던지기 식으로 도전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얼마 후 첫 중간고사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시험이라는 게 뭔지도 몰랐던 내가 중간고사가 뭔지 기말고사가 무엇인지 알 턱이 없었습니다. 그저 시험지만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끝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쳐다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수학이나 영어 과목은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며칠 후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의 시험점수를 불러주기 시작했고 결국 내 차례까지 오고야 말았습니다. 평균 15점, 38명의 아이들은 나를 외계인 보듯 했습니다. 쥐구멍이라도 파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다음엔 정말 열심히 해서 모든 과목 50점 이상을 맞을 것이라고 다짐의 다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뜻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오면 혼자서 교과서를 보며 복습을 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후 기말고사 시험기간이 왔습니다. 그동안 혼자 열심히 공부해서 준비했던 결과를 기대하며 시험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공부한 내용은 하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때 나는 기말고사 시험이라고 하면 중간고사 때 보았던 시험을 다시 보는 줄 알았던 것입니다. ‘시험’ 이라는 개념 하나를 이해하고 아는 데만 몇 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난 하루하루 학교를 알아가고 적응해가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습니다.

나는 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탈북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숨기고 살았습니다. 학교에 가서 한국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공부하면 한국 사람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얼마간 지내보면 대부분의 친구들이 나를 이상하고 불편해 한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친구들은 내가 한국사람 같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숨기다가 들통이 나는 날에는 아주 이상하고 초라한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사람이 뿌리와 마음까지는 흉내 내지 못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살면서 상상도 못할 일들을 참 많이 경험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경험들은 내가 부끄러워하면 비천한 것이 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돈을 주고도 살수 없는 것들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살아온 경험이 참으로 값지고 소중한 것임을 인정하고 나니 나는 더 이상 이상한 사람이 아닌 특별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내가 지우려고 발버둥을 쳐도 지워지지 않는 흉터라면 아끼고 보듬어 주자.”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는 나는 그냥 북한 사람으로 살기시작 했습니다.

나는 탈북자입니다. 많은 친구들이 애써 이것을 숨기고 살고 싶어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나는 대학에 가서도 내가 탈북자라는 것을 당당하고 떳떳하게 공개했습니다. 숨기고 살다가 들키면 한 없이 비참해지는 것이 탈북자의 신분이지만 떳떳하게 인정하면 특별해진다는 것을 지난 11년 동안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나를 통해서 탈북자를 봅니다. 내가 잘하면 탈북자들은 저렇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역시 탈북자니까... 라고 평가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일에 솔선수범했습니다. 그러자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인정해주기 시작했고 1학년 전공학과 회장으로 출마해서 당당히 회장이 되었습니다. 성적도 평균 95점이 넘었습니다. 다들 의외라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 탈북청년들은 남한 청년들에 비해 내놓고 자랑할 거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남한 청년들이 꿈꾸지 못하는 특별한 꿈이 있습니다. 법학을 공부하는 친구는 북한에서 변호 받을 권리도 없이 죽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변호사가 되고 싶어 합니다. 억울하게 치료도 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불쌍하다며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의상학을 공부해서 북한의 패션을 주름잡겠다는 친구도 있습니다. 경제며 외국어며 여러 분야에서 준비하는 청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머지않아 통일시대가 열리면 정치, 경제, 문화 등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일어 날 것입니다. 그 날이 오면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탈북청년들이 앞장서서 별동대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한국사회에 적응 못하는 골치 덩어리가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책임 있는 탈북정년들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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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7천여 탈북자들의 한국살이 이야기 “내 생애 봄날”, 오늘은 정철씨를 만났습니다.  

굶주림에 지쳐 어머니와 조선을 나온 정철씨, 한국에 왔을 때 그의 나이는 13살 이었습니다. 중국에 있을 때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참 부러웠다고 하는데요.
(학교를 다니고 싶었던 열망)

한국에 와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을 때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국의 일반 초등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그에게 너무나 벅찬 일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학습의 어려움)

사춘기를 겪고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면서 한국에서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사춘기 시절의 방황)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있는 정철씨, 요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하게 된 이유)

정철 씨는 어릴 땐 조선 사람이라는 걸 말하기가 힘들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가장 큰 무기가 조선출신이라는 것이라는데요.
(북한에서 왔다는 걸 밝히게 된 일)

한국에 온지 10년, 한국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지만 아직도 조선을 탈출해 오면서 받았던 상처들이 문득 문득 떠올라 힘들 때가 많다고 합니다.
(아직도 악몽을 꾸기도)

그의 힘든 시기를 지탱해준 것은 종교였습니다. 매주 금요일 밤 10시부터 5시까지 7시간 동안 기도를 하고 있는데요. 그에게 있어 종교는 어떤 의미인지 물었습니다.
(종교를 갖게 된 이유)

최근에 정철씨는 신학 대학에 진학해서 선교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됐습니다.
(신학대 진학 동기)
 
통일을 준비하는 인재가 되고 싶다는 정철씨, 그의 구체적인 꿈을 물었습니다.
(통일 한국에 대한 비젼)

CM1 이승철_아마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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