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부 좌절하는 외교관, 세 번째

등록일 2011.08.16


지난이야기> 아프리카의 자이르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를 마치고 고영환은 1984년에 다시 평양으로 돌아온다. 그때만 해도 북조선 체제의 장래에 대하여 비관하는 의식은 크게 없었는데......

1985년 말부터 평양의 경제형편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외교부에 근무하는 동안 물질적으로는 상대적으로 풍요한 생활을 누리였다. 내 집이 있었고 일본제 천연색 텔레비죤과 록화기, 랭장고, 카메라, 세탁기, 가스곤로, 침대, 없는 것이 없었다. 북조선 정무원의 어느 부장보다도 더 나은 형편이였다. 먹는 것도 딸라 상점에 가서 소고기를 사다 먹을 정도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생활이 무척 큰 고민거리를 가져다 주었다. 우리 6형제는 모두 평양에서 살고 있었는데, 형님∙누님∙조카들의 옷차림보다 더 좋은 옷을 입고 다니기가 불편하였고 이따금씩 친척들이 우리 집에 찾아오는 경우 먹는 것도 목에 걸려 잘 넘어가지를 않았다.

그렇다고 형제들을 포함해서 모든 친척들에게 다 나누어줄 수도 없는 형편이였다. 그래서 인민경제대학을 나오고 3대 혁명소조로 나가있는 동생은 특히 로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곤 하였다.

『형은 량심이 없어. 혼자서 소고기를 먹고 일본 맥주를 사다 마시면 목구멍에 넘어갑니까?』

나는 그의 말에 반박할 말이 없었다.

1987년 초 나는 외교부 6국 중부아프리카 담당 과장으로 남들보다 먼저 승진하는 <영예>를 지니게 되였다. 그런데 나의 머리를 극도로 흔들어 놓은 일들 또한 이 1987년도에 일어났다. 하루는 출근하여 외교관용 ≪참고통신≫ 이라는 것을 보고 있는데 남조선의 무역액이 7백억 딸라에 이르고 흑자만 1백억 딸라에 달한다는 자료가 나왔다.

과에서는 소근소근 론쟁이 벌어졌다. 흑자만 1백억 딸라라는 것은 북조선의 총무역액의 2~3배에 달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결국 남조선 경제는 제 궤도에 들어섰다는 것이 거의 모두 상상밖이라는 표정을 짓는 것이였다.

이럴 때 나는 쏘련 사회주의 10월혁명 경축 조선로동당 및 국가대표단 성원으로 뽑혀 박성철 부주석, 김영남 외교부장과 함께 모스크바로 가게 되였다. 1987년 11월 크레믈리대회당 안에서 고르바초프의 <10월혁명과 개혁개방 정책>이라는 연설을 청취하였고 그 다음 날 붉은 광장에서 있는 스딸린 체제 비판시위를 관람하였다.

나는 너무나도 엄청난 소련의 변화에 놀랐다. 사회주의 혁명의 조국, 사회주의의 희망의 등대로 불리우던 쏘련이 사회주의 리론의 기본 원칙들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대표단 성원들은 겉으로는 쏘련의 수정주의를 욕하는 발언들을 많이 하였다. 그렇게 하여야 <충성심>이 높은 사람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렇지만 끼리끼리 모여 앉으면 북조선에서의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을 은유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한숨을 짓곤 하였다.

‘70년 동안 사회주의를 하였다는 나라가 사회주의의 근본원리를 부정 혹은 수정하는 길로 나아간다는 것은 사회주의가 실제상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아닌가.’ 나의 머리는 혼란에 사로잡혔다.

북조선 권력층의 실상과 비화를 밝힌, 고영환의 평양25시, 지금까지 랑독에 리광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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