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부 좌절하는 외교관, 두 번째

등록일 2011.08.16


지난이야기> 외교관으로서 외국에 처음 나온 고영환은 남조선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적이나 원쑤로만 생각하던 남조선 사람들이 동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데....

그런 생각은 1981년 1월 자이르 대통령이 마련한 <외교관단의 신년인사 교환모임>에서부터 싹터왔다. 대사들이 신임장을 대통령에게 봉정하고 물러나 그 순서대로 서 있는데, 마침 북과 남의 외교관들이 서로 마주보는 위치에 서게 되였다. 얼굴도 차림새도 똑 같은 외교관들, 그리고 그 부인들마저 모두 조선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어 세계 각국 외교관들이 유난스레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소 닭 보듯’하는 북과 남의 외교관들과 은근히 서로 신경을 쓰는 부인네들을 <옷차림도 생김새도 똑 같은 사람들이 왜 두 편으로 갈라 서 있는가> 하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 때 내 머리속으로는, 정치라는 것이 무엇이고 리념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외국에 나와서까지 이렇게 추태를 보여야 하느냐, 우리는 서로 피줄이 같은 동포가 아니냐는 <이상한 질문>이 자꾸 뇌리에 스쳤다.

나는 1982년에 미국 등 전승국들이 2차 세계대전에 대하여 만든 기록영화 한 편을 보았다. 이것은 나에게 정말로 큰 인상을 남기였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세계를 나치즘의 위협으로부터 구원한 세기의 명장으로 믿어 왔던 스딸린이 히틀러와 공모하여 구라파 약소국가들을 병합하는 과정, 대일본 선전포고, 조선의 분렬 등에서 커다란 악역을 맡았다는 사실들이 나를 아연실색케 하였다.

20부작으로 되여있는 이 장편 기록영화의 한 부분을 대사와 함께 보았는데 권성철 대사도 놀라웠던지 <스딸린이 더럽게 놀았군>하는 것이였다. 그래서 곁에 있던 내가 <대사 동지, 그런 것 말하지 않게 되여있습니다>하였던 기억이 난다. 1982~84년 그 시기는 나의 머리 속에 <혼란>이 적지 않게 일어난 시기였다.

6∙25전쟁도 그랬다. 나는 6∙25가 미국과 남조선에 의하여 일어난 <북침>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대학을 다닐 때나 외교부에 들어와 공부를 하거나 <조국해방 전쟁승리기념관>을 참관하면서 생긴 확신이였다. 그러나 서방 출판물과 텔레비죤을 보면서 6∙25전쟁이 정말 북조선이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1984년 12월 초에 자이르에서 근무하였다. 이때까지 사실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지기는 하였으나 그렇다고 사회주의 미래나 북조선 체제의 장래에 대하여 비관하는 의식은 크게 없었다.

평양으로 돌아간 그 이듬해인 1985년 2월에 검토기간을 마치고 외교부 6국 담당지도원으로 임명되였다. 그런데 당시 평양에서의 경제 형편은 그해 말부터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백화점, 상점들에서 상품들이 하나하나 자리를 감추기 시작하였고 1986년도에 들어와서는 상점에서 공식적으로 파는 것은 자리를 감추었다. 그런데다 이상한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김정일이 <기쁨조>를 조직하였다는 소식, 외화를 제 마음대로 뿌린다는 소식, 성격이 괴이하다는 소식들이 연이어 들어오는데다가 사방에 물건이 없고 먹을 것이 부족하다는 그런 소리뿐이였다.

북조선 권력층의 실상과 비화를 밝힌, 고영환의 평양25시, 지금까지 랑독에 리광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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